조태용 제1차관(오른쪽)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벳쇼 고로 주한일본대사를 불러 악수 없이 자리에 앉아 있다. 이날 일본 정부가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왜곡 기술한 중학교 교과서 검정을 승인하자 외교부는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했다. 공동취재사진
한국, 경제·안보-과거사 ‘투트랙’ 전략
대일외교 역량 부족 비판도
대일외교 역량 부족 비판도
일본이 6일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을 담은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한 것은 경색 국면의 탈출을 노려온 한-일 관계, 나아가 한-중-일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 밖의 돌발 사건은 아니지만, 최근 몇년 동안 악화일로를 걸어온 양자 및 3자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연례적 도발을 일본이 되풀이한 셈이기 때문이다.
교과서의 식민 지배와 독도 문제 기술을 둘러싼 일본의 ‘도발’과 한국의 ‘반발’은 2011년 이후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2008년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취지의 내용을 신규로 넣은 뒤 2011년 이 해설서에 의해 제작된 교과서가 처음 나오면서부터다. 최근에도 일본이 2013년과 2014년 각각 고등학교와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두 나라는 홍역을 치렀다. 2016~2017년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때도 비슷한 상황이 예상된다.
정부는 교과서 등 과거사 문제에 관한 한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외교부는 2013년 “역사에 눈감는 자, 미래를 볼 수 없다”는, 2014년엔 “일본이 아직도 제국주의적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 성명을 낸 바 있다. 이에 견줘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 올해 논평은 다소 강도가 약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비판적 입장은 일관되게 유지했다. 한-일 외교장관이 지난달 21일 회담에서 ‘새로운 협력관계 구축’에 노력하기로 한 지 불과 16일 만에 결국 올해도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정부는 경제나 안보, 인적 교류 등 다른 분야는 ‘만성적’인 과거사 문제와 별개로 다룬다는 이른바 ‘투트랙’ 기조를 택하고 있다. 외교·국방 당국의 국장급 간부가 참여하는 ‘한-일 안보대화’(2+2)를 이달 안에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율중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투트랙’ 기조는 일본을 상대로 역사 문제를 쟁점화하기에는 역량 부족임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 외교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미국에서 일본에 대한 분위기가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용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어, 과거사를 쟁점화하기에는 한국의 외교 역량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외교장관 회의를 통해 모처럼 합의가 이뤄진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역사인식 전환을 3국 정상회의 개최와 연계해온 중국이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한국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국제적으로 선전하고 다니는 일본으로서는, 한-중이 역사 문제를 고리로 한편에 서는 불리한 구도에서 굳이 3국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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