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외교장관 회의 성격 감안한듯
‘핵심 안보 이익’이라 불씨는 여전
‘핵심 안보 이익’이라 불씨는 여전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최근 논란이 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3국 외교책임자들의 모임이라는 자리의 성격 등을 고려해 발언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이 사드 배치를 자국의 핵심적 안보이익 침해로 보는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사드 문제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불씨가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왕이 부장은 21일 서울에서 3국 외교장관회의에 앞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사드 문제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고 정부 당국자가 밝혔다. 왕 부장은 기자들의 질문에도 “우리(중국) 입장은 모두가 다 아는 것이고, 공개된 것”이라며 “이미 여러차례 얘기했다”고 밝혔다.
중국 쪽이 이번 회의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말을 아낀 것은 한국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 16일 류젠차오 외교부 부장조리가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관심을 중시해주기 바란다”고 한 데 대해 “간섭하지 말라”고 반발한 바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이 이번에 또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한-중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중국이 판을 아주 깨지는 않을 거란 점에서, (이번 회의에서) 사드를 또 언급하지 않는 건 예측 가능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역사 문제로 일본에 대해 ‘전선’을 뚜렷하게 긋기로 한 상황에서 한국과 갈등을 빚는 소재를 끄집어내는 것이 전선을 흐리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는 “중국이 전략적으로 일본의 역사 문제 쪽에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한-미 쪽도 추가적인 자극은 자제할 거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사드 문제는 그 폭발성 탓에 언제든지 한-중, 미-중 간에 뜨거운 이슈로 불붙을 수 있다. 다음달 초 새누리당 의총 논의 등을 통해 국내에서 논란이 거세지면 중국의 반발과 미국의 자극 등으로 연쇄적 반응이 일어날 잠재성이 크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사드는 시한이 없는 문제이므로 정부가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현 상황이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국내에서 이미 공론화한 계기에 내부 입장을 정리하고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소리> 방송은 오는 26일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의 방한 때 사드가 논의될 것이라고 22일 보도했으나, 국방부는 즉각 “의제로 다루기로 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한-미가 사드 논의 여부와 관련해 엇박자를 낸 건 올해 들어 세번째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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