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헤이 신임 주한 영국대사. 사진 영국대사관 제공
찰스 헤이 신임 영국대사 부임회견
‘덕수궁 돌담길 개방 요구’ 회의적
‘덕수궁 돌담길 개방 요구’ 회의적
찰스 헤이(50·사진) 신임 주한 영국대사는 대사관 터에 가로막혀 단절돼 있는 덕수궁 돌담길 개방과 관련해 부정적인 견해를 시사했다.
헤이 대사는 11일 오전 자신의 관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좋은 이웃이 되고 싶고, 주의깊게 (돌담길 개방) 제안을 보고 있다. 현재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한국이 아주 안전한 사회이긴 하지만, 영국 외교관들은 세계적으로 주요 (공격) 목표이므로 보안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1884년 대사관 터에 영국총영사관(현 대사관)이 들어서면서 끊어진 돌담길 개방을 위해 영국대사관 쪽에 협조를 요청해왔지만, 보안 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헤이 대사는 “우리 쪽 보안 전문가들이 서울시의 제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의 피습사건과 관련해 헤이 대사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인 이곳(한국)에서 일어나기에는 매우 예기치 않은 일이었다”며 “외교관 사회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정치권에서 이번 사건을 ‘테러’로 부르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보통 (영국에서) 테러라고 할 땐 개인이 아닌 단체가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벌이는 일 등 영국법에선 테러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번 사건을 테러로 할 수 있는지는 뭐라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답했다.
한-영 협력에 대해 그는 “우리는 국제 이슈에 대해 점점 더 협력하고 있다”며 에볼라 바이러스 및 이슬람국가(IS) 문제 등에 대한 공동 대응이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영국 외무부 영사국장과 인사기획관 등을 지내고, 스페인과 유럽연합(EU) 대표부 등에서 일한 헤이 대사는 주한 대사로 부임하기 전 영국에서 7개월, 서울에서 6개월 동안 한국어를 공부했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3주간 홈스테이를 하기도 했던 그는 아직은 서툰 한국말로 “사투리 없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사진 영국대사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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