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96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위안부 이어 ‘역사왜곡’ 정면 비판
‘아베 담화’ 추진에 경고성 메시지
전문가 “현안 분리대응 필요” 지적
‘아베 담화’ 추진에 경고성 메시지
전문가 “현안 분리대응 필요” 지적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3·1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겨냥해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해결을 다시 촉구했다. 박 대통령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고수해 한-일 관계가 조만간 정상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 대통령은 특히 “역사란 편한 대로 취사선택해 필요한 것만 기억하는 게 아니다”라며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더든 교수는 최근 일본 정부의 미국 역사 교과서 수정 압력에 대항한 미국역사협회(AHA) 소속 역사학자들의 공동성명을 주도한 인물이다. 일본이 전후 70돌을 맞아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담지 않은 ‘아베 담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고령인 점을 들어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에 들어서도 벌써 두 분의 피해 할머니들이 평생 가슴에 맺힌 상처를 치유받지 못한 채 돌아가셨다”며 이제 쉰세 분만이 생존해 계신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이 90살에 가까워서 그분들의 명예를 회복시켜드릴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의 교과서 왜곡 문제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교과서 왜곡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이웃관계에 상처를 주는 일”이라며 일본 정부를 직접 겨냥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도 “역사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며 역사왜곡 문제를 언급했지만, 일본 정부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박 대통령의 대일본 메시지가 큰 변화 없이 기존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한-일 관계에 특별한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한-일 간에는 지난해 4월부터 외교 당국 간 국장급 협의가 6차례 열렸지만, 고위급 외교 채널의 실종 속에서 ‘숨구멍’ 구실을 하고 있을 뿐 구체적 진전은 보이지 않는다. 한-일 정상회담도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대신 정부는 어려운 한-일 관계를 한-중-일 3국 관계와 한-미-일 3국 관계의 틀에서 관리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해왔으며, 이를 위해 곧 3국간 고위급 회의를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미-일 3국 정보공유약정 등 안보 문제를 중심으로 3국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단호한 자세를 가져가는 건 좋지만, 역사 문제와 정치·경제 문제의 분리대응을 또 해야 한다. 강경하기만 한 태도는 외교적 운신의 폭을 좁히게 된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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