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에볼라 대응 해외긴급구호대 1진이 15일 오전 인천 중구 운서동 정부합동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팀장을 맡았던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센터장이 파견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에볼라 구호대 1진 의료진 7명
귀국 뒤 21일간 격리생활 끝내
귀국 뒤 21일간 격리생활 끝내
“남자친구가 세 마디를 했는데, ‘왜? 미쳤어? 죽고 싶어?’였다. 하지만 떨어져 있다 보니 더 애틋해졌다.”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전염병 대응에 참여하고 돌아온 한국 긴급구호대 1진 의료진의 홍나연(31) 간호사는 선발될 당시 남자친구와 나눴던 얘기를 지난 15일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홍 간호사를 비롯해 1진 의료팀장이던 신형식(51)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 육군 의무장교 오대근(39) 중령, 해군 의무장교 이태헌(35) 대위, 육군 간호장교 오지숙(29) 대위, 박교연(28)·최우선(26) 간호사 등은 시에라리온에서 지난해 12월27일부터 30여일 동안 에볼라 환자를 돌봤다. 이들은 귀국 뒤 별도의 시설에서 격리 관찰기간(21일)을 보낸 뒤 이날 처음으로 이름과 얼굴을 언론에 공개했다.
가족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시에라리온에 도착했지만, 목숨을 잃는 환자들을 지켜보는 것은 이들에게 큰 고통이었다. 이태헌 대위는 투병 끝에 숨진 두살배기 환자 ‘알리마’가 기억에 남는다며 “울고 있는 아기 어머니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하려 했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내가 작아지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더운 날씨 속에서 겹겹으로 입은 보호복도 이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박교연 간호사는 “날씨가 너무 더워 낮 근무에 2시간 동안 옷(보호의)을 입고 일을 하다 보면 땀이 많이 났다”며 “탈수가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이 머무는 동안 동료 대원 1명이 주삿바늘 접촉 사고로 활동을 중단하고 독일로 이송되는 긴박한 상황도 발생했다.
오대근 중령은 “초기엔 많은 환자가 사망했다”며 “하지만 사망 환자보다 퇴원 환자가 많아졌던 날 가장 큰 보람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홍나연 간호사도 에볼라로 가족을 잃고 치료소 경비원이 된 현지인을 만난 경험을 전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것을 보며 환자를 치료해 이런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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