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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외교비사 쏟아낸 ‘MB 회고록’…북한·중국과 관계악화 우려

등록 2015-01-29 21:58수정 2015-01-29 22:32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지 2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이나 중국 정상과의 회담 비사 등을 자신의 자서전에 고스란히 노출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소시지와 외교는 만드는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외교적 관례를 어겼을 뿐 아니라, 남북 및 대외관계에도 두고두고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29일 미리 배포한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에서 외교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깎아내리는 내용을 적지 않게 수록했다. 예를 들어, 2009년 11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남쪽의 통일부와 북쪽의 통일전선부(통전부) 간 막후 접촉을 소개하며 북한이 옥수수 10만t, 쌀 40만t, 비료 30만t, 아스팔트용 피치 1억달러어치 등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과의 2009년 싱가포르 회동에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합의문 없이 북한으로 “그대로 돌아가면 죽는다”는 말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문제는 앞뒤 맥락 없이 북한의 당시 언행을 그대로 소개함으로써 ‘북한은 무리한 요구만 한다’, ‘북한 고위당국자가 구걸했다’는 식의 나쁜 이미지만 일방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데 있다. 또 김양건 통전부장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김 부장이 여전히 북한에서 같은 직책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부적절한 공개라고 할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관계는 진행중인 사안”이라며, “이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정부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합작해 까고, 또 이런 것까지 한 건 생각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이런 부분들이 앞으로 북한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한테도 부담을 줘 정상회담을 하려 해도 물밑 교섭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대통령은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와의 정상회의 발언도 여과 없이 자서전에 실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북한은 젊은 사람(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이 권력을 잡았다. 앞으로 50~60년은 더 집권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하자, 원자바오 전 총리가 “역사의 이치가 그렇게 되겠습니까?”라며, 마치 ‘북한 붕괴론’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소개한 것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여지도 있다. 일본이 지난해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를 내면서 20여년 전 협상 과정을 공개하자 우리 정부가 강하게 반발한 것에 비춰 보면, 이 전 대통령 행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자서전 내용이 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적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 집필 작업에 참여한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전 문화부 장관)은 “어느 나라든 대통령은 국정수행 당시 취득한 국방·외교 정보와 관련해 법률에 따라 일정 기간 비밀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 자신이 자서전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민감한 부분은 뺐을 뿐 아니라, 실무자들도 비밀문서 보존 연한에 저촉이 되는지 여부를 국가정보원에 문의했다”고 전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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