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MB ‘31조 자원외교’ 대해부
④ 눈먼 돈의 비극, 정경유착
④ 눈먼 돈의 비극, 정경유착
1989년 경인에너지와 석유개발공사가 함께 중앙아메리카의 에콰도르에서 유전탐사에 나섰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1250만달러(약 140억원)의 성공불융자를 받았다. 자원탐사를 지원하는 제도인 성공불융자는, 실패할 경우 원리금을 전액 감면받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성공했을 때는 원리금보다 훨씬 많이 갚는다. 1990년 에콰도르 광구에서 석유가 발견됐지만 경제성이 낮았다. 사업은 실패했고, 결국 1995년 종료됐다. 융자금을 탕감받는 과정을 거쳐야 했으나, 기업도, 정부도 신경쓰지 않았다.
잊혀진 사업이 수면 위에 떠오른 것은 3년 전인 2012년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규정이 바뀌어, 실패 사업에 대한 성공불융자 감면 신청 기한이 새로 생기면서다. 2006년 경인에너지를 인수한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이 뒤늦게 해당 사업의 성공불융자에 대한 회계상 ‘감면’ 절차를 밟았다. 시간이 오래 지나 감면에 필요한 회계감사 보고서를 완전히 갖추지 못했지만 정부는 융자금의 99.7%를 감면해줬다.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엉뚱한 곳으로 새지는 않았는지 등은 철저하게 확인하지 못했다.
나랏돈이 100억원 넘게 지원된 사업이 성과 없이 종료됐지만, 기업은 물론 정부도 17년 동안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고세호 산업자원부 사무관은 “성공불융자 제도상 감면 신청 기한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도상 정해진 기한이 없다 보니, 정부가 굳이 살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쪽은 “원래 우리 사업이 아니라 2006년 인수한 경인에너지 사업이었다. 인수 과정에서 이 사업이 제대로 이전되지 않은 것 같다”며 “정부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감면 신청을 받지 않은 것도 (17년 만에 감면이 이뤄진) 또 다른 이유다”라고 말했다.
에콰도르 유전개발 실패
17년만에 융자금 99.7% 감면
현지 실사 대부분 시늉 그쳐 이렇게 정부의 방관과 기업의 무관심 속에 성공불융자는 ‘눈먼 돈’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뒤늦게 정부는 2012년 ‘해외자원개발사업자금 융자 기준’에 감면 신청 기한을 2년으로 새로 규정했다. 사업 종료 뒤 2년 안에 감면 신청을 하도록 한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다. 성공불융자 사업은 여전히 빈 곳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자원 관련 공기업과 특정 대기업에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자원개발 사업의 특성 탓이라고 설명한다. 사업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받을 수 있는 기업이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석유개발 융자를 받은 40여곳 중 석유공사와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대우인터내셔널 등 3곳에 전체 지원금의 60% 이상이 집중돼 있다. 이들은 감면액에서도 80% 이상을 차지한다.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에 대한 확인도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1년 현지 실사 제도가 도입됐지만, 연간 두 차례씩 모두 8차례 이뤄졌을 뿐이다. 대부분 현장을 한번 방문하는 수준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자원 관련 사업가는 “하루짜리 실사로는 알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만큼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공불융자는 도입 이후 2013년까지 모두 27억달러(2조9300억원)가 지원됐고, 14억달러가 회수됐다. 감면액은 6억달러(6500억원)에 이른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17년만에 융자금 99.7% 감면
현지 실사 대부분 시늉 그쳐 이렇게 정부의 방관과 기업의 무관심 속에 성공불융자는 ‘눈먼 돈’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뒤늦게 정부는 2012년 ‘해외자원개발사업자금 융자 기준’에 감면 신청 기한을 2년으로 새로 규정했다. 사업 종료 뒤 2년 안에 감면 신청을 하도록 한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다. 성공불융자 사업은 여전히 빈 곳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자원 관련 공기업과 특정 대기업에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자원개발 사업의 특성 탓이라고 설명한다. 사업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받을 수 있는 기업이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석유개발 융자를 받은 40여곳 중 석유공사와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대우인터내셔널 등 3곳에 전체 지원금의 60% 이상이 집중돼 있다. 이들은 감면액에서도 80% 이상을 차지한다.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에 대한 확인도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1년 현지 실사 제도가 도입됐지만, 연간 두 차례씩 모두 8차례 이뤄졌을 뿐이다. 대부분 현장을 한번 방문하는 수준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자원 관련 사업가는 “하루짜리 실사로는 알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만큼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공불융자는 도입 이후 2013년까지 모두 27억달러(2조9300억원)가 지원됐고, 14억달러가 회수됐다. 감면액은 6억달러(6500억원)에 이른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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