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을 찾은 시민들이 4일 오후 평화와 통일의 염원이 담긴 리본이 겹겹이 매달린 철책 앞을 지나가고 있다. 파주/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정상회담 발언 등 남북 대화분위기
미, 불편한 속내 드러낸 것일수도
북 “실효성 없는 제재” 평가절하
대응수위 이전에 비해 높진 않아
정부가 대미관계 갈등 부담 안으며
남북관계 성과 내려고 할진 미지수
미, 불편한 속내 드러낸 것일수도
북 “실효성 없는 제재” 평가절하
대응수위 이전에 비해 높진 않아
정부가 대미관계 갈등 부담 안으며
남북관계 성과 내려고 할진 미지수
미국 정부가 ‘소니픽처스 해킹’과 관련해 2일(현지시각) 대북 제재를 확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미국 변수’가 남북관계 새 기류에 복병으로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남북관계의 ‘속도 조절’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북 제재 행정명령이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파급 효과는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북한의 대응 강도, 미국의 속내, 한국 정부의 대처 등이 그것이다.
일단, 현재까지 북한의 대응 수위는 이전보다 높은 편은 아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4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이 우리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과 적대감에서 의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지키려는 의지와 결심이 더욱 굳어질 것이라는 원칙적인 주장만 내놓았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3일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올린 단체·개인이 “애당초 미국과 거래를 하고 있지 않아 제재에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소니 해킹과 관련해 비례적 대응을 천명하자,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이 지난달 21일 성명을 통해 “백악관과 펜타곤, 테러의 본거지인 미국 본토 전체를 겨냥한 초강경 대응전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한 것과 비교하면 적잖이 기조가 누그러졌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지난달 29일 우리 정부의 전격적인 남북회담 제안과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정상회담 가능성 발언 등 남북관계의 갑작스런 방향 전환 분위기를 바라보는 미국의 불편한 속내가 행정명령에 담겨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지만, 미국의 핵심 이익인 북핵 문제나 미사일 문제 해결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주변국과 북한의 ‘단독 거래’에 대해선 마뜩지 않다는 속내를 드러내 보였다. 자칫 제재 위주의 대북정책 공조 전선이 흐트러질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행정부는 북한-일본 간 납치 피해자 협상이나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 ‘북한 3인방’의 지난해 10월 방남 때도 원론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달 29일 한국 정부의 대북 대화 제의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는 ‘이번 사안은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하는 것이다. 자세한 것은 한국 정부에 문의해 보라’는 식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김정은 제1비서는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에 대해선 전향적인 의지를 보였지만, 미국의 관심사인 비핵화 문제 등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올해도 경제·핵무장이라는 병진 정책을 계속 추구할 것임을 밝혔다. 이번 행정명령에 사이버 해킹과 연루됐다고 보기 어려운, 무기 수출입을 담당하는 광업개발공사가 제재 대상에 포함된 점도 미국의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남북관계의 속도 조절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 수도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벽에 가로막혀 미온적으로 끌려다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정부가 대미관계 갈등의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남북관계의 성과를 내려고 할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자칫하면 남북관계가 말의 성찬으로만 끝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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