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해킹’ 배후 지목에 거센 반발
러·중 의식 핵실험 여부는 불확실
러·중 의식 핵실험 여부는 불확실
미세하게나마 대화 재개 모색 쪽으로 움직이던 북-미 관계가 북한 인권 결의안의 유엔총회 본회의 통과와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소니) 해킹 사건을 계기로 다시 암초에 부딪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2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을 “전면 배격한다”며 “핵무력을 포함한 나라의 자위적 국방력을 백방으로 강화해 나가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는 배가의 박차가 가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외무성 성명’은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최고 수준의 대외관계 메시지다.
성명은 이어 “인권을 구실로 우리 공화국을 군사적으로 침공하려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명백해진 조건에서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말자체가 더는 성립될수 없게 됐다”며 “미국은 우리와의 인권 전면대결에 진입한 그 시각부터 조미(북-미) 사이의 자주권 존중과 평화공존을 공약한 6자회담 9·19공동성명을 비롯한 모든 합의를 빈 종이장으로 만들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북한 인권결의안이 유엔총회 제3위원회를 통과했을 당시에도 북한은 ‘외무성 성명’보다는 한단계 낮은 수위의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조선 적대행위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핵시험(핵실험)을 더는 자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의 전쟁 억제력은 무제한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의 이런 언명들이 제4차 핵실험으로 이어질 지는 확실하지 않다. 시기에 대한 조율은 남아있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러시아 방문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를 계기로 북-중 관계 복원도 암중 모색 단계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한·미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그어놓은 대북 정책의 금지선을 넘는 것이서 북한 입장에서도 상당한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카드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핵실험보다는 다른 핵능력을 고도화시키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기술적으로도 북한의 핵능력 발달 수준에 비춰보면 핵실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중요하지 않다”며 “핵무력 강화는 우라늄농축 활동 확대나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통한 플로토늄 추출 활동 강화 등의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핵무장 강화에 나설 경우, 최근 북-미간 대화 탐색 움직임도 단기적으로는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 정부가 ‘소니 해킹’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상황이라, 미국 내 대북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북-미간 대화 동력 마련이 쉽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셈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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