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일 11개국 정상회의
강대국 세력경쟁 한복판
외교지평 넓히기 ‘동병상련’
강대국 세력경쟁 한복판
외교지평 넓히기 ‘동병상련’
미국과 중국의 세력 경쟁 한복판에 놓여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들이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는 한국으로 온다.
외교부는 9일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오는 11~12일 부산 벡스코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아세안 정상회의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제주에서 열린 데 이어 한국에선 두번째로 열리는 것이며,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한국에서 열리는 다자회의다. 박 대통령과 아세안 정상들은 11일 저녁 환영만찬을 시작으로 12일 오전 한-아세안 협력 평가 및 미래 방향, 기후변화와 재난관리 등을 주제로 협의를 벌인다.
한국과 아세안의 경제적 밀월 관계는 이미 많은 부분에서 일본과 미국을 뛰어넘었다.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한국의 두번째 교역상대국(1353억달러)이자 두번째 건설수주 시장(143억달러)이다. 지난해 아세안에 대한 한국의 흑자규모는 287억달러로, 전체 무역 흑자의 65%에 이른다. 특히, 아세안은 ‘아시아의 발칸반도’로 불릴 정도로 영토와 역사문제가 복잡했지만, 내년 말을 목표로 아세안공동체 건설을 추진하는 등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뭉치고 있다. 이 경우 인구 6억3663만명, 국내총생산(2조3889억달러)의 단일시장이 형성된다.
한-아세안 관계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발전돼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엔 남북관계 및 미·중·일·러와 안정적 관계를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아세안까지 외교지평을 넓힌다는 전략이 처음 제시됐다. 참여정부 때도 이런 기조를 이어받아 2004년 한-아세안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으며,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에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한국과 아세안은 지정학적으로도 닮은꼴이다. 냉전시대에는 미-소 갈등 격전지였고, 중국의 부상이 가시화된 이후에는 미-중 간 ‘친구 만들기’의 경쟁 대상이 되고 있다. 서정인 외교부 남아시아태평양국장은 “아세안 국가들은 강대국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역사가 비슷한 한국에 대해선 그런 감정이 없다”며 “아세안을 끌어들여 한국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이 그런 부분에 숨어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세안 회원국은 미얀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라오스, 브루나이 등 10개국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