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후(현지시각) 미얀마 네피도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 기념촬영에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이야기하고 있다. 네피도/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아세안 참석 박대통령 ‘3국 회담’ 제의
3국 외교장관 회담 연내 개최 가능성
일각에선 과거사 문제 등 낙관론 경계
3국 외교장관 회담 연내 개최 가능성
일각에선 과거사 문제 등 낙관론 경계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제안한 한·중·일 정상회의는 한국이 3국 사이에서 ‘중재자’ 구실을 적극적으로 맡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측면이 강해 보인다. 더불어 경색 일변도인 한-일 관계의 변화를 도모하는 우회적 제안 성격을 띠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의와 중-일 정상회의, 한-일 정상 간 ‘조우’ 등 각 정상의 개별 만남 이후 나온 것으로, 성사 여부에 따라 장기간 냉각 국면에 빠진 동북아 정세에도 의미있는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동아시아 평화·안정과 경제 협력 및 관계 개선, 재난대책 강화 등을 목적으로 2008년부터 해마다 열렸지만, 2012년 말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한 뒤 영토 및 과거사 문제가 불거져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한국이 일본과 거리를 두면서 지난해와 올해는 열리지 않고 있다.
3국 정상회의 제안은 지난해 회의 무산 이후 ‘의장국’을 사실상 연임하고 있는 한국이 ‘중재자’로 나서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중간자가 됐을 때 중국도 일본도 반발하지 않는 게 3국 관계에서 한국이 가진 레버리지(지렛대)”라며 “회의을 하자고 앞장서서 추진하는 게 한국의 입지를 살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다 해도 언제가 될지는 불투명하지만, 사전 단계인 외교장관회의는 연내 개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중·일 3국은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고위급회의(SOM)를 통해 ‘연내 개최 가능성 모색’에 합의했다. 또 지난 10일 한-중 정상회의 뒤 청와대는 ‘연내 3국 외교장관회의 개최 필요성’에 대해 두 정상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사 및 영토 문제로 한-일, 중-일 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에도 11월 고위급회의는 열렸지만, 정상회의는커녕 외교장관회의로도 이어지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외교장관회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다음 단계인 정상회의를 제안한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번 제안에는 한-일 정상회의로 곧바로 가기보단, 한·중·일 정상회의라는 징검다리를 거쳐 한-일 관계 변화를 도모하려는 완충적 성격도 담겨 있다. 그러나 일본이 여전히 과거사 문제에 대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중국의 반발 속에 3국 외교장관회의가 다시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는 사실상 의장국으로서 3국 회의를 개최하자는 게 기본 입장이지만 성사 여부는 중-일 관계, 특히 중국 쪽 입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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