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오른쪽), 아베 일본 총리(왼쪽).
갈라 만찬장서 70여분 옆자리
“옆에 앉게 된 것…알고 있었다”
‘국장급 협의’ 독려하자고 했지만
관계변화 계기 될 가능성은 낮아
“옆에 앉게 된 것…알고 있었다”
‘국장급 협의’ 독려하자고 했지만
관계변화 계기 될 가능성은 낮아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가 열리는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장급 협의’를 독려하자고 대화를 나눴지만, 이번 만남이 한-일 관계 변화의 극적인 계기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아펙 정상회의 갈라 만찬장에서 한·일 두 정상이 옆자리에 착석했다. 만찬 중에 두 정상은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두 정상은 국장급 협의가 잘 진전이 되도록 독려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도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전체 만찬 행사는 오후 6시10분부터 9시까지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식사에 앞서 진행된 사진촬영이나 식사 뒤 각국 정상들이 일자로 앉아서 보았던 불꽃놀이 감상 등을 제외하면 최소한 70분 동안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한자리에 나란히 앉아있었던 셈이다.
두 정상의 자리 배치는 사전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아펙 만찬 때 자리 배열은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분 정상이 옆에 앉게 돼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튿날인 11일에도 아펙 정상회의 1세션과 2세션, 그리고 업무 오찬 때 각각 아베 총리와 세 차례 나란히 앉았다.
만남을 미리 예상했던 만큼 양쪽이 대화 주제를 사전에 준비했을 수는 있지만, 과거사 문제 등 양국간 쟁점에 대해 실질적인 돌파구를 열 만큼 깊이있는 의견교환이 있었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조처가 있다고 보기 힘든 상황에서, 최근까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성의있는 조처’를 관계 개선의 첫 조건으로 내건 박근혜 정부가 갑작스레 대일 외교의 기조를 바꾸기는 쉽지 않은 탓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정부 당국도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전 의제에 대한 조율없이 만난 ‘조우’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외교부 국장 출신인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도 “각종 행사에서 식사 때 옆자리에 앉는 것은, 특별히 싫다고 하지 않는 이상 주최쪽이 정해준대로 하는 것”이라며 “식사 자리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과거사 문제에 관한 ‘딜’(거래)이 있었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독려하기로 했다는 한-일 국장급 협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위안부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4월 시작된 양국간 국장급 협의는 지금까지 4차례 열렸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국장급 협의는 개최도 개최지만 무슨 얘기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일본 쪽이 성의있는 조처를 내놓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외현 기자, 베이징/석진환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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