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웅 랏차비 차관 / 사진 공동취재단
랏차비 차관, 수교 15돌 기념발언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안정 바라”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안정 바라”
“한국은 아세안에게 아주 활동적인 대화 파트너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아세안의 공동체 형성과 통합, 그리고 아세안 국가들의 격차, 특히 디지털 분야에서의 개발 격차 해소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지난달 30일 캄보디아 프놈펜 외교부 청사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소웅 랏차비 차관(아세안·다자외교 담당)은 올해 수교 15주년을 맞이한 한-아세안 관계가 역동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로 봤을 때 아세안은 한국의 2대 교역상대이고, 한국은 아세안의 5대 교역국입니다. 현재 교역 규모가 1350억달러 수준이지만, 내년엔 1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한-아세안은 정기적인 교류도 활발하다. 아세안 회원국 10개 나라 및 ‘대화 파트너’ 8개 나라가 함께하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아세안 등 20여개 나라 외교장관이 참석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이 수시로 열린다.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올해는 수교 15주년을 맞아 다음달 11일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릴 계획이다. 저개발국가들이 포진한 아세안엔 앞으로도 성장의 여지가 많이 있어 한-아세안 관계의 전망도 밝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아세안에는 북한과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온 나라들이 많아 요즘처럼 남북관계가 긴장·갈등 상황일 때엔 아세안의 처지가 미묘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세안의 맹주 인도네시아는 1955년 반둥회의 이후 북한과 비동맹 진영 안에서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해왔고, 베트남은 전쟁 당시 북한으로부터 전쟁물자와 공군을 지원받아 ‘혈맹’ 관계를 맺었다. 남북은 각각 냉전 때와 다름없이 이런 나라들을 상대로 외교전을 벌이며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한다.
캄보디아도 마찬가지다. 현 국왕의 아버지 노로돔 시아누크 전 국왕은 1970년대 쿠데타와 전쟁으로 두 차례 실각했을 때, 모두 평양에 망명해 김일성 주석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시아누크 전 국왕도 복권 뒤 왕실 경호를 북한군 출신 용병에게 맡겼고, 시내 한복판에 있는 총리 관저 옆 건물을 북한 대사관으로 내주는 등 ‘은혜’에 보답했다. 랏차비 차관은 북한을 “선왕 시절부터의 오랜 친구”라고 불렀다. 한국은 경제 교류와 지원에 기초해 이런 캄보디아로부터 지원을 얻으려 노력한다. 남과 북을 바라보는 캄보디아 외교 당국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랏차비 차관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남-북과 북-미 사이에 신뢰를 쌓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청난 신뢰의 결핍이 있는 것 같아요. 북한은 항상 우리에게 와서 미국이 그들을 멸망시키려 한다고 설명하죠. 우리가 그런 걸 모두 이해할 수는 없는 겁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통일과 지역의 평화·안정을 바랄 뿐이에요.” 그는 결국 북한에 대한 질문엔 대부분 답변을 피했다. 유엔이 추진하는 북한 인권 결의안에 대해 “담당이 아니라 정확히 뭐라고 할 수가 없다”고,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외교부 담당이 아니라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놈펜/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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