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신문을 비롯한 일본 주요 신문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한국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는 소식을 9일 지면에 실었다. 2014.10.9 / 도쿄=연합뉴스
“이것 보십시오! 이것이 언론 자유의 현장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이 14일 정례브리핑 현장에서 한 말이다. 노 대변인은 일본 매체 기자가 “일본 △△통신의 ○○기자입니다”라고 하자마자, 질문을 짐작이나 한 듯 갑자기 말을 끊고 언성을 높이며 이렇게 ‘공세적으로’ 대응했다.
‘사건’의 발단은 다른 일본 기자가 “일본 정부와 정당이 언론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비난하고 있다”며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의 기소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물으면서 시작됐다. 노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질문을 자유롭게 하고, 언젠가는 또 논쟁까지 벌일 정도의 수준까지 우리와, 특히 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며 “이런 것이 언론의 자유가 없다고 볼 수 있나”라고 대꾸했다. 국내외에서 일고 있는 한국 정부의 ‘언론 탄압’ 우려에 대한 질문을 받고, 되레 ‘언론의 자유’을 역설한 것이다. 두번째에도 같은 질문이 이어질 것 같자, 노 대변인이 이른바 ‘선방’을 날린 셈이다. 하지만 외교부가 스스로 주 2회 내외신을 만나 질문을 받도록 한 ‘대변인 정례 브리핑’을 ‘언론 자유’의 증거로 내세운 건 다소 무리해보인다.
또한 노 대변인은 이날 ‘산케이 사건’에 대해 “한-일 간 외교 현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 법 집행의 문제이기 때문에 한-일 정부 간에 외교 사안이 아니다”라며 “사법적인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외교부의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케이 사건’은 지난 8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미 외교 현안이 됐다. 기시다 외무상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윤 장관에게) ‘일-한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또 보도(언론) 자유와의 관계에서도 우려하고 있다.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한국 쪽도 강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 당국자는 “(윤 장관이) 산케이가 근거없는 유언비어를 악의적으로 보도하고, 이웃나라 국가원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이 만약 이렇게 말했다면 그때부터 이미 ‘명예훼손’이라고 단정짓고 ‘외교 채널을 통한 항의’를 한 셈이지만, 노 대변인은 이 내용을 사실상 부인했다. 노 대변인은 “(당시) 외교장관께서는…주의 환기 차원에서 언급하신 것으로 기억한다”며 “제가 그 현장에 있었다. 그 회담에 참석을 했다. 그래서 전후관계를 잘 아는데,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잘라말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이 문제를 언급하며 언론 및 표현의 자유 관점에서 보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노 대변인은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명예훼손에 관련된 규정은 우리나라 형법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일본 형법에도 있는 것 아닌가. 여러 나라에도 있다”며 “이번 사안은 우리 검찰이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통상적인 법 절차에 따라 기소처분을 내렸고, 차후 관련 사법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 언론 자유와 관련시켜 이 사안을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