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모리 전 총리 19일 만나
다음달엔 차관급 전략대화
다음달엔 차관급 전략대화
출범 이래 강경 일변도로 치달았던 박근혜 정부의 대일본 외교 기조가 다소 누그러지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부상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한-일 관계 진전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이나, 중-일 간 정상회담 가능성 등을 의식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대일 강경파’로 분류되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행보가 다소 유연해졌다. 윤 장관은 지난 14일 양국간 문화교류 행사인 ‘한-일 축제한마당’에서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와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20여분 동안 따로 만나 대화를 했다. 2012년 10월 한국에 부임한 벳쇼 대사가 윤 장관을 따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두 사람의 만남이 화제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일본 내 대표적 지한파이자 아베 신조 총리와 가까운 모리 요시로 전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 조직위원장인 모리 전 총리는 이날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 뒤 청와대로 이동해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일본 도쿄에선 4차 위안부 문제 등을 논의하는 한-일 국장급 협의가 열린다. 양국간 차관급 전략대화도 다음달 1일 열릴 전망이다. 최근 한-일 외교당국 사이에는 중동·북미·문화외교 국장급 협의가 열리기도 했다.
모리 전 총리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쪽의 진전된 방안을 갖고 오거나, 위안부 국장급 회의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이처럼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와 관련해 기존의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도 정부가 기류 변화를 보이는 데는 외부 요인이 작용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일본과 관계가 돈독한 마크 리퍼트 신임 미국대사의 부임이 임박하는 등 미국 쪽의 한-일 관계 개선 요구가 점점 명확해지는 상황도 정부의 태도 변화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대비해 한-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으며, 이런 연장선에서 양쪽의 관계 개선을 요구해왔다.
오는 11월 중국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의 중-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의식해 우리 정부도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부는 과거사와 다른 사안을 분리시켜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요즘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우리 정부로서는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고 있지 않다”며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는 단호히 대응하되, 경제·문화 교류, 인적 교류 등 다른 분야에 있어서의 양국관계는 발전·강화시켜 나간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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