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한반도 현안 입장차 방증
한-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하루도 안 된 4일, 양국이 북핵 및 남북관계와 관련한 공동성명의 해석에 적지 않은 차이를 드러냈다. 양국 정상이 이날 오찬에서 일본의 과거사 문제나 군사대국화 움직임에 대해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것과 비교하면, 한반도 현안과 관련한 양국간 입장에 쉽게 메우기 어려운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한반도 통일 방안과 관련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자주’라는 표현이 쟁점이 됐음을 알 수 있다. 한·중 공동성명은 이와 관련된 중국 쪽 입장을 설명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대한 한민족의 염원을 존중하며,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 실현되기를 지지했다”고 명시돼 있다.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고 있는 중국은 항상 ‘자주적’ 통일이란 표현을 선호해왔는데, 이번 공동성명에서 빠진 것이다. 미국을 의식한 한국 쪽의 강한 요구가 성명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 외교부는 4일 공개한 공식 발표문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자주·평화적인 통일 실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도 이날 서울대 강연에서 “한반도의 자주적인 평화 통일이 꼭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주적’이란 표현을 곧바로 부활시켜, 중국의 기존 입장이 바뀌지 않았음을 대외적으로 알린 것이다.
둘째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독일에서 발표한 대북 제안인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중국의 지지를 확보했다”며 자찬했지만, 중국 외교부 발표문은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평가했다”고 돼 있다. 과정으로서의 통일과 남북간 신뢰를 중시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중국이 이미 지난해 지지한 바 있다. 이를 뒤집어보면, 북한이 흡수통일로 여기고 있는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선 중국이 지지하는 데 부담을 느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중국 외교부는 발표문에서 비핵화 문제에 대해 “양쪽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공동성명에 언급된 ‘4가지’ 사항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며 개략적으로만 언급하는 데 그치고, 한국이 성과로 내세운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다”는 문구는 거론하지 않았다.
북핵 문제 해결의 접근법과 관련해서도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동시 및 대등의 원칙을” 강조했다고 소개했지만, 한국 쪽 설명자료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중국이 북한만의 일방적인 양보가 아니라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이라는 방법론을 제시하자, 한국 쪽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나 행동이 먼저 취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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