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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대일 공조’ 빠진 공동성명…1년전보다 후퇴

등록 2014-07-03 21:30수정 2014-07-03 22:36

한·중 공동성명 주요 내용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한·중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 내용과 의미
미국 의식한 한국
‘일본’ ‘역사’ 직접 언급없이
부속서에 “위안부 자료 공유”
북한 의식한 중국
북핵 대신 “한반도 비핵화”
드레스덴 통일구상 지지 없어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3일 한-중 정상회담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위안부 문제 등으로 동북아 정세가 변곡점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은 이들 민감한 핵심 현안에 대해 양국간 공통된 입장을 명시하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 좋다는 한-중 관계 현주소의 또다른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실제 공동성명과 부속서는 전략 대화 정례화나 영사협정,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해양경계선획정 협상,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등 실무적이거나 원칙적인 차원의 내용들로 빼곡하다. 정부는 따로 배포한 해설자료에서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해 “(지난해 6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미래비전 공동성명의 채택 뒤 1년여간 이룩한 관계 발전의 성과를 점검하고 양국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나라가 새로운 약속을 하기보다는 기존 합의 내용의 이행 성과를 점검하고 그 토대 위에서 향후 발전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는 뜻이다.

대신, 지난해 6월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 이후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에 대해선 침묵하거나 모호하게 처리했다. 최근 1년 동안 지난해 11월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또 최근 일본은 고노담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해 헌법을 재해석하는 등 한-중 관계나 주변 정세에 영향을 미칠 굵직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그러나 공동성명에는 이들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다. 한-중 관계가 이들 민감한 핵심 현안에 대해 공동 입장을 공식화하기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두 정상이 부속서에서 한·중·일 3국 협력과 관련해 “견실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힌 대목은 그나마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한두 문장으로 언급하고 넘어가는 것은, 최근 3국간 갈등의 무게에 비춰보면 구색 맞추기 성격이 짙어 보인다.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도 두 정상은 공동성명이 아닌 ‘부속서’에서 “연구기관 간 위안부 문제 관련 자료의 공동연구, 복사 및 상호 기증 등에서 협력”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했다. 일본을 직접 거론하지 않는 선에서 낮은 수준의 합의를 한 것이다. 1년 전 한-중 정상회담 때 나온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일본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특히 최근에는 역사 및 그로 인한 문제로 역내 국가간 대립과 불신이 심화되는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한 것과 비교하면 형식이나 표현 수위가 한참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정부가 역사 문제 등을 중국과 공동 대응하는 모양새를 보이면 한-미-일 3각 관계 강화를 추진하는 미국과 마찰이 우려되는 상황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한-중 간에 동북아 정세를 둘러싼 전략적 문제가 갈등으로 노출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도 한국과 중국은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에서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며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해설자료에서 “북한 핵무기 개발에 대한 ‘확고한 반대’ 입장을 한-중 정상회담 문서상 최초로 대외에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해 6월 정상회담 때 포함됐던 “심각한 위협”이라는 표현이 빠졌다.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도 유지됐다. 해설자료는 “중국 지도자들은 다양한 계기에 비핵화의 대상이 북한임을 분명히 한 바 있고,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국내외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시 주석과 함께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반드시 실현하고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합의 내용이 북한 비핵화와 핵실험 반대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시 주석은 내내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을 고수해 미묘한 대조를 이뤘다. 북한이 미군의 핵우산 철회 등을 포함하는 폭넓은 의미로 한반도 비핵화를 사용하는 점을 의식한 용어 선택으로 풀이된다.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도 공동성명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고 지난해 정상회담 내용을 큰 틀에서 되풀이했다.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난 3월 박 대통령이 독일 방문 중에 내놓은 ‘드레스덴 선언’이 전혀 거론조차 되지 않은 점이다. 정부의 해설자료는 ‘중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기울인 한국의 노력을 적극 평가했다’는 구절 등 몇몇 대목을 포괄적으로 해석한 뒤 “드레스덴 통일구상의 모든 핵심요소에 대한 지지를 중국으로부터 최초로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드레스덴 선언을 ‘획기적인 통일구상’으로 홍보해 온 정부가 중국의 명시적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것은 의외다. 그만큼 드레스덴 선언을 공동선언에 명기하는 데 대한 중국의 반대가 거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의 거부감은 북한이 드레스덴 선언을 “흡수통일 논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병수 선임기자, 김외현 최현준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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