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 헌법 해석을 바꾸겠다는 방침을 공식 발표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과거사로부터 기인하는 주변국의 의구심과 우려를 불식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날 4개항으로 이뤄진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일본 내 방위 안보 논의가 일본의 평화헌법 정신을 견지하고 투명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정부는 “한반도 안보 및 우리의 국익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사항은 우리의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을 재차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전후체제를 탈피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이 향후 동북아 정세의 불안 요소로 등장할 수 있음에도 정부의 이런 입장은 소극적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 ‘평화’와 ‘번영’이라는 수사를 걷어내고 보면, 집단적 자위권은 주권국가의 권리 행사이므로 반대할 일은 아니며,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국제법적으로 당연한 얘기여서 정부의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가 이처럼 모호한 태도를 취해온 것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뜻을 거슬러, 대놓고 반대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논의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과거사 청산에 소극적인 일본의 재무장을 견제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한 ‘집단적 자위권을 가진 일본’이 현실로 다가옴에 따라 정교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안보 측면에서 보면, 그동안 ‘불구’ 상태였던 일본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군사대국’을 우려한다는 공허한 경고보다는, 새로운 변수의 행태에 대응하는 다양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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