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당국 간 협의를 하러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도착한 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동아시아대양주 국장(가운데)이 승강기 문이 닫히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국장급 만남 첫날 입장 차 확인
다음 협의부턴 의제 확대키로
우리 정부, 일본 요구 수용한 듯
다음 협의부턴 의제 확대키로
우리 정부, 일본 요구 수용한 듯
한-일 양국이 16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별관에서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과 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수석대표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만 국한한 국장급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다음 국장급 협의부터는 한-일 관계와 관련한 다양한 의제를 논의하기로 해, 우리 정부가 일본 쪽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모양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국장급 협의를 마친 뒤 “오늘 회의에서는 양국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과 앞으로 협의 진행방향에 대해 논의했다”며 “차기 회의는 일본에서 5월 중에 열기로 했으며, 구체적인 개최 날짜는 외교 경로를 통해 확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 미뤄볼 때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당시 법적으로 위안부 문제도 해결됐다는 입장을, 한국은 위안부 문제가 1990년대 초부터 공론화됐으므로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일본의 ‘성의있는 조처’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이어 “협의가 진행중인 동안에는 양국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상세 협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서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논의 진행 과정이 언론에 노출될 경우 양국 여론이 협상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조처로 보이지만, 국민적 관심사를 놓고 ‘밀실 협의’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어 보인다.
이 당국자는 또 “(다음 회의부터) 한-일 간에 북한 문제도 있고, 경제 문제, 문화 교류 등 굉장히 많다”고 밝혔다. 이하라 국장도 협의를 마친 뒤 청사를 나가면서 다음 의제와 관련해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첫 협의에서만 위안부 문제에 국한한 논의를 하자는 요구를 해왔으며, 한국 정부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위안부에 국한한 국장급 협의’ 개최 사실을 언론에 알리면서 이를 정례화할 것처럼 설명했던 한국 정부의 입장이 궁색해졌다. 양국 정부가 애초부터 실효성 있는 해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한-일 관계 개선의 명분으로 위안부 문제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는 대목이다.
김외현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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