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위안부 문제 지속협의 뜻
일 “다음 회담선 다양한 과제 논의”
일 “다음 회담선 다양한 과제 논의”
한·일 외교 당국이 16일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국한한 국장급 협의를 열지만, 벌써부터 두 나라가 ‘협의 이후’에 대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어 ‘동상이몽’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이 지난 13일 각각 국장급 협의 개최 사실을 발표했지만, 16일 이후에도 ‘위안부 문제에만 국한된’ 협의를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 한·일의 설명은 다르다.
한국 외교부는 이런 틀의 협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만남을 ‘1차 협의’라고 지칭하며, “(양쪽 국장이) 한 번 만나서 해결이 되면 가장 좋겠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해결을 위해서 더 만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가 단박에 해결될 성격이 아니므로 사실상 연속 협의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본 쪽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15일 관저 앞 기자회견에서 “첫번째 협의는 한국 쪽이 강하게 요구하는 위안부 문제를 다루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에는 다양한 과제가 다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쪽 사정을 잘아는 외교소식통도 “일본 당국은 첫번째 주제(위안부 문제)를 한국에 양보했다고 여긴다. 다음 회담에서는 강제징용 판결이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등 일본이 원하는 의제를 꺼낼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발표문에서도 양쪽의 온도 차가 뚜렷하다. 외교부는 ‘위안부 국장급 협의를 한다. 아울러 외교당국 각급 협의를 활성화한다’며 위안부 협의를 첫 순서로 놓았다. 이에 비해 일본 외무성은 ‘국장급을 시작으로 다양한 레벨에서 모든 과제에 대해서 집중 논의하며, 그 일환으로 국장급 협의를 한다’고 하고 발표했다. 특히, 일본 쪽은 의제에 대해 “그때(국장국 협의 때) 위안부 문제에 대해 협의한다”고 끝에 덧붙일 뿐이다. 이번 국장급 협의가 징검다리일뿐이라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이런 상황 자체가 한국 정부의 난감한 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풀이가 많다. 정부와 청와대는 정권 초부터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과 갈등하며 매서운 대일 비판을 거듭해오던 터였다. 하지만 이달 말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강하게 요구할 것에 대비해 모양 만들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협의체가 정례화되는 등의 성과를 얻지 못하면, 일본의 태도가 명확히 바뀐 게 없는데도 ‘명분 없는 회군’을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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