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성택 실각 가능성’ 파장 대외정책 변화 있을까
김정은, 김정일 시절 정해진 방향
최근 국제정세에 맞춰가는 모양새
장, 대외정책 영향력 “크지 않아”
남-북 관계는 이미 냉각 상태
북-중 사이 막후역할은 공백
“대중관계는 단기적으로 영향”
김정은, 김정일 시절 정해진 방향
최근 국제정세에 맞춰가는 모양새
장, 대외정책 영향력 “크지 않아”
남-북 관계는 이미 냉각 상태
북-중 사이 막후역할은 공백
“대중관계는 단기적으로 영향”
북한의 2인자로 알려졌던 장성택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이 실각했더라도 남북관계를 포함해 북한의 대외정책이 큰 틀에서 급격한 변화가 초래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장 부장이 북-중 관계를 푸는 데 막후 구실을 해온 점에 비춰 중국과의 관계는 단기적으로 조정을 거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체제의 대외정책 기조는 큰 틀에서 김정일 시대와 단절성보다는 연속성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익명을 요청한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 체제의 정책은 2011년 김정일 사망 이전에 결정된 방향을 이어가는 것이다. 현재 북한의 권력 기반이 ‘유훈 통치’ 이데올로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또 “김정은 체제의 트레이드마크가 핵 보유와 경제개발 병진 노선인데, 이는 아버지가 추진해왔던 정책 노선을 정형화하고 구체적인 표어로 정식화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당 제1비서의 대외정책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정해진 방향을 최근 국제 정세에 맞춰가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장 부장 한 사람의 실각으로 대외정책이 급변할 개연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북관계의 경우 더 나빠지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 냉각돼 있는 상태다. 6자회담 등 대미 관계도 미국이 북한에 대화의 전제 조건을 내걸면서 진전이 없다. 북한도 조건부 대화 입장을 밝힌 미국에 대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 대북 압살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핵 포기는 없다”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장 부장이 대외정책 결정 과정에서 차지한 위치나 영향력에 대해 “그리 크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장 부장은 북한의 대외정책을 관장하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장 부장은 올해 1월 김정은 제1비서가 소집한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 협의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이례적으로 당 고위 간부와 군부 인사 6명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회의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 회의에서는 지난해 12월 로켓 발사 이후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대한 대응 방안, 3차 핵실험 실시 등 주요 정책 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관계와 관련해선 장 부장의 실각이 양국 지도부 간 인적 유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장 부장이 북한의 대중 관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왔기 때문이다. 장 부장은 북·중 공동 개발사업인 ‘라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 공동개발 및 공동관리를 위한 조·중 공동지도위원회’ 북한 쪽 위원장을 맡아왔다. 2011년 6월 황금평 경제구 착공식에서도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과 함께 테이프를 끊었으며, 중국 훈춘과 라선을 잇는 도로 개통식에도 참석하는 등 북-중 경제 협력에 깊이 관여해왔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조·중 공동지도위원장 자격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후진타오 당시 국가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를 면담하는 등 중국 지도부와도 교류가 깊었다. ‘관시’(관계·인연)를 중시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장 부장의 실각이 달갑지 않은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북-중 관계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6·25 참전 등 오랜 우호 관계와 두 나라의 전략적 필요에 기초하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중 관계가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받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큰 타격을 받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역사적으로나 이념적으로, 또 전략적으로 북-중 관계의 뿌리는 훨씬 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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