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사과 이어 정부도 나서
반미확산 되풀이 우려한 듯
반미확산 되풀이 우려한 듯
미국 국무부는 28일(현지시각) 경기도 동두천에서 일어난 주한미군의 10대 여학생 성폭행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철저한 조사를 위해 한국 정부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빌 번스 부장관과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한덕수 주미대사에게 잇따라 전화를 걸어 이번 사건에 유감을 나타낸 뒤 “미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미대사관이 전했다.
캠벨 차관보의 전화에 이어 번스 부장관은 이날 오후 5시30분께 한 대사와 통화하며 “한국 여학생이 주한미군 병사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는 끔찍한 뉴스를 오늘 오전 접했으며, 이 병사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병사가 소속된 미 제2사단의 에드워드 카돈 사단장이 이번 사건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피해자 가족과 한국 국민들에게 진실한 사죄를 구한다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성폭행 사건이 알려진 지 하루가 지나기 전에 미 국무부 최고위 당국자들이 신속하게 유감 표명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2002년 여중생 미 장갑차 사망 사고 등에서 보듯 미국, 특히 주한미군 관련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반미감정 확산을 부를 수 있다는 ‘학습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위키리크스가 최근 폭로한 주한 미 대사관 전문에서도 2008년 쇠고기 관련 시위 당시 2002년 상황을 언급하며 우려하는 대목이 적잖이 나온다.
또한 주한미군의 사과와 별도로 국무부가 직접 외교적 대응에 나선 것은 그만큼 이번 사건과 관련된 한국 내 여론을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새달 국빈 방미를 앞두고 한-미 정상회담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다,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쟁점화 가능성 등 한국의 정치일정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5월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 고엽제 매몰 의혹 당시에도 초기부터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사건 자체가 용인될 수 없는데다, 무엇보다 2002년 미선이·효순이 사건의 경험이 신속한 대응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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