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들 ‘평화협정·평화협력특별지대’ 해법 내놔
윤연 전 사령관 “남·북 신뢰구축 없이 회담 불가능”
윤연 전 사령관 “남·북 신뢰구축 없이 회담 불가능”
“서해에 분쟁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열린 한겨레-인천 국제심포지엄 두번째 세션에서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분쟁에 불길을 댕긴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된 것은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 참석자들은 이 두 사건이 해양 패권을 다퉈온 미국과 중국의 서해상 대결을 심화시켜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해는 언제나 불안한 바다였다. 찰스 모리슨 미국 동서센터 소장은 “남북한은 사실상 전쟁 상태고, 북방한계선(NLL)의 합법성이나 정통성에 대해서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주석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도 “북한이 엔엘엘 일대를 분쟁수역화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해지역 무력충돌의 ‘직접 계기’가 된 것은 “남북관계 악화”라고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목했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구상 폐기와 한-미 연합 키리졸브 훈련 강화 등이 북한에는 “도발에 대한 대응이자 도발 그 자체”로 비쳤을 것이라며 “북한의 명백한 경고를 무시한 것이 한반도를 전쟁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만든 이유”라고 말했다.
천안함·연평도 사태가 촉발한 이런 불안은 “미-중 간의 국제적 긴장과 연결돼 있는 하나의 도화선을 형성하면서 동북아 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김종대 <디앤디(D&D) 포커스> 편집장은 주장했다. 서 교수는 “정부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힘을 통한 대응’에 주력하며 한-미 동맹을 강화해 중·러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연평도 사건을 통해 천안함 사건으로 이미 표면화된 갈등 구조를 재확인하고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서해의 분쟁은) G2 시대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의 대결로 이해되기 시작”(서주석)했고 “서해 문제를 둘러싼 강대국의 갈등은 한국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패권적 양상”(김종대)이 됐다.
참석자들은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돌릴 수 있는 해법도 모색했다. 모리슨 소장은 근본적 해결책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제시했다. 그는 “남한의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굉장히 어렵겠지만,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주석 교수는 남과 북이 엔엘엘을 둘러싸고 한 치도 양보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며 대안으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방안이 여전히 현실적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연 전 해군 작전사령관은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해 여전히 적절한 사과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남북한의 신뢰 구축 없는 서해 평화협력 지대, 평화협정 체제 구축을 위한 회담은 이뤄질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세션 끝물엔 ‘천안함 사건이 정말 북한 소행이냐’는 청중들의 질문이 쏟아지면서 ‘천안함 토론회’를 방불케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윤연 전 사령관은 “천안함은 북한의 소행이 분명하다”며 “객관적 증거가 나왔는데도 믿지 못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반면 김종대 편집장은 “정부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했으면서도 국민들에게 왜 믿지 않느냐고 호통을 치면서 민주주의의 일반 원칙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인천/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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