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일부·보수언론
“북핵 폐기 압박” 합창
청와대·정부선 부정적
“실익없고 대결 부추겨”
“북핵 폐기 압박” 합창
청와대·정부선 부정적
“실익없고 대결 부추겨”
한나라당내 일부 의원과 보수언론이 북한 핵 개발에 대한 대응으로 1990년대 초 미국이 한반도에서 철수한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자며 연일 ‘군불 때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론 정부 안에서도 “가능성이 없다”, “득보다 실이 크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는 28일치 사설에서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 주한미군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세계일보>도 지난 25일치 사설을 통해 “북한이 핵을 영구적으로 폐기하지 않는 한 전술핵 재배치는 현실적 대응책이 될 수 있다”며 ‘전향적 검토’를 주장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도 최근 남한 핵 무장론을 주장하는 사내인사의 칼럼을 잇따라 싣는 등 핵 보유를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앞서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미국의 핵우산만으론 북핵을 폐기시킬 수 없는 만큼, 미국 전술핵무기의 재반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옥임 의원도 “미군 전술핵을 다시 가져왔다가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면 우리도 그만큼 철수시키자”며 ‘조건부 재배치’를 주장했다.
게다가 게리 세이모어 미국 백악관 대량파괴무기 정책조정관이 28일치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동맹국인 한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한다면 미국이 응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국내 보수진영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전술핵 재배치는) 전혀 검토되고 있는 게 없다”며 “미국에 요청할지 자체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술핵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90년대 초반에 이미 우리 정부의 입장이 표명된 바가 있고, 그 이후에 달라진 점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도 이날 세이모어 조정관 인터뷰 보도 뒤 미국 방침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전술 핵무기는 한국 방어에 불필요하며, 미국은 재배치 계획이나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실제 전술핵 재배치의 효용성에 대해선 정부 안팎에서 비판적 시각이 대부분이다.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북한 핵공격 억제 가능성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지금도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지 않으냐”며 “전술핵을 들여놓으면 시간적으로 5~10분 단축시킬 수 있겠지만 군사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우리가 핵이 없는 게 북한에 비해 큰 도덕적 우위이고 이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하자는 것인데, 남쪽에 다시 핵무기를 들여온다고 하면 한반도 핵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냉전시대의 핵 대결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 증강 논리만 보태주는 꼴이라는 비판이다.
일부 보수진영에선 전술핵 재배치가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도록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이 되지 않겠느냐는 논리를 편다. 이에 대해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한·미 양국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 중국이 달리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오바마 행정부에서 6자회담 한번 하지 않고 전술핵을 재배치한다면 더더욱 중국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인 황준범 기자 yyi@hani.co.kr
일부 보수진영에선 전술핵 재배치가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도록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이 되지 않겠느냐는 논리를 편다. 이에 대해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한·미 양국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 중국이 달리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오바마 행정부에서 6자회담 한번 하지 않고 전술핵을 재배치한다면 더더욱 중국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인 황준범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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