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조언그룹)이 작성한 북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보고서 공개와 채택이 무산됐다.
유엔 안보리는 22일과 23일(현지시각) 이틀 동안 대북제재위 회의 및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1718호 및 1874호) 위반임을 명시한 전문가 패널 보고서의 공개와 채택 여부를 논의했지만 중국 쪽의 거부권 행사로 공개와 채택이 이뤄지지 못했다.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한국, 일본 등 7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 패널은 지난해 5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의 대응 차원에서 대북제재위원회 산하에 설치돼 있으며, 90일마다 안보리에 활동 상황을 정기 보고하게 돼 있다.
미국 등 서방 진영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지난해 북한 영변에서 직접 보고 온 사실에 바탕을 둔 보고서의 공개 및 채택은 대북제재위 활동의 투명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사실을 안보리에서 규정해줘야 6자회담에서 생산적인 대북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비해 중국은 우라늄 농축시설은 북한이 주장하는 내용일 뿐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 필요하며, 안보리가 아닌 6자회담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안보리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명시할 경우, 북한의 반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보고서 채택과 별개로) 안보리 논의는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미국도 안보리로 가져갈 의지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 패널의 우라늄 농축 보고서 공개 및 채택이 무산돼, 안보리에서의 논의도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3월부터는 북한 우라늄 농축 문제의 안보리 논의에 소극적인 중국이 안보리 의장을 맡게 되며, 미국도 실제 속내는 안보리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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