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참가국 외교 움직임.
오늘 베이징서 고위급 만나
중 “북한도 적극 동의해”
북중미-한미일 ‘찬반 구도’
중 “북한도 적극 동의해”
북중미-한미일 ‘찬반 구도’
연평도 포격 사태 등으로 야기된 한반도의 긴장과 북한의 농축 우라늄 시설 공개로 깊어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 당사국들의 물밑 외교 움직임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현재 국면을 살펴보면,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협의’라는 중재안을 놓고, 중국·러시아·북한을 한편으로 하고 한국·미국·일본을 다른 편으로 하는 두 축이 줄다리기를 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번주엔 양 진영의 대표선수 격인 미국과 중국이 마주앉는다.
북·러 양국은 중국의 중재안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9일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의 면담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협의와 관련해, ‘좋은 방안이다. 중국이 계속 노력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협의 제안에 적극 동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복수의 베이징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다이 국무위원에게 연평도 포격으로 한국의 민간인 2명이 숨진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포격 자체는 한국의 군사훈련에 대한 ‘자위적인 대항조처였다’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지난달 28일 이명박 대통령과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면담 뒤 같은 날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협의’를 제안한 중국은 한·미·일의 소극적인 태도에도 외교적 배수진을 치다시피 하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0일 자국 관영매체와의 회견에서 “6자회담이 아직 재개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수석대표 긴급협의를 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중국이 당사국들을 긴급협의에 나서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끈질기게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북한의 동의를 발판 삼아 자국의 중재안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1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박의춘 북한 외무상을 면담한 데 이어, 15일엔 알렉세이 보로답킨 외무 차관이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난다. 러시아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강하게 비난하는 한편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중국의 중재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미·일도 지난 6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중국의 중재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며 맞대응을 한 데 이어, 사이키 아키타카 일본 6자회담 수석대표(외무성 대양주국장)가 러시아와 중국을 차례로 돌며 3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사이키 수석대표는 11일 베이징에서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를 만난 뒤 “일본은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며 한국 편을 들었다.
관심은 15~1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회동으로 모아진다. 미-중간 담판을 짓는 듯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미국 쪽에선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성 김 6자회담 특사 등이 총출동한다. 다만, 이 자리에서 바로 결론이 날 가능성은 높지 않고, 내년 1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 때까지 외교적 절충이 이어지리라는 전망이 많다.
이용인 기자,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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