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에 대북제재협력 요구
미국 워싱턴에서 6일(현지시각) 열린 한국, 미국, 일본 3국 외교장관 회의의 주요 메뉴는 북한에 단호한 메시지 전달과 ‘중국 역할론’이었다. 하지만 군사적 긴장과 북한의 농축우라늄 시설 공개 등 한반도의 시급한 안보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를 또렷이 드러냈다.
3국 외교장관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농축우라늄 시설 외부 공개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정전협정과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라고 북한에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내놓은 해법은 △북한 문제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에 대한 기대 △각국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1718호 및 1874호)의 충실한 이행 두가지뿐이다. 실질적으로 대북 제재의 효과를 보려면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두 해법 모두 중국의 역할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3국 외교장관은 중국을 자극하는 것을 피하려고 ‘협력’이란 단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7일 “3국이 모이는 것 자체가 중국에 압박이 된다”며 “그러나 임계점을 넘어가면 중국이 반발하게 되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협의’에 대해 3국 장관이 한자리에 모여 공개적으로 거부를 하면서, 동시에 중국의 협조를 구한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에 구하는 협조의 내용도 실제로는 북한을 외교적으로 포위하는 ‘5대 1구도’를 형성하려는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중국 정부가 보인 ‘중립적인’ 태도와 북한의 농축우라늄 시설 공개에 대한 중국의 모호한 반응에 비춰볼 때, 한·미·일의 이러한 판단이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은 북한문제를 미·중 관계의 전략적인 대립 구도 속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인 기자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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