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에너지 협력 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2008년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재배치하겠다고 밝힌 외교 인력의 상당수가 오히려 선진국으로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에너지 협력 외교에 사용하도록 배정한 예산도 공관장들의 골프비용 등으로 전용됐다.
외교부가 5일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재외공관 외교인력 변동 현황’을 보면 2008년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개도국권 에너지 공관에 증원했던 인원 가운데 6명이 줄었다. 외교부는 2008년 에너지 협력 외교를 강화하겠다며 인력을 선진국 공관에서 중남미나 동남아 등으로 전환 배치하고, 그 수도 점차 늘려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외교부는 중남미, 동남아 등 33개 해외 에너지 거점 공관을 지정해 48명을 추가 배치했다. 그러나 현재 남아공 사우디아라비아 앙골라 등 6개국에서는 당시 추가 인원 중 1명씩이 줄었다. 카메룬을 비롯, 외교부가 신설한 공관 6곳에 증원한 18명을 제외하면 기존 거점 공관에 늘었던 30명의 20%를 줄인 셈이다.
특히 개도국권에 외교 인력을 늘리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지난 2년 재외공관에 증원된 90명 가운데 28%에 해당하는 25명은 오스트리아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 배치됐다. 반면 카자흐스탄, 탄자니아, 페루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개도국에 배치된 인력은 오히려 1명씩 줄었다.
지난해 80억4200만원이 편성된 에너지 협력 외교 사업 예산의 상당 부분도 엉뚱하게 쓰였다. 총 예산의 17%에 달하는 9억4500만원은 북한 이탈주민 이송 경비, 공관 인건비 등 에너지와 상관없는 명목으로 사용됐고, 몽골과 남아공 대사관 등은 예산 대부분을 국회의원과 장관 방문 때 만찬 비용이나 와인 구입 등에 지출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 대사관은 대사 골프비에 2250달러를 지원했고, 독일 대사관은 사교클럽 연회비를 내기도 했다.
구 의원은 “실질적인 에너지 외교를 위해서는 외교부가 즉시 개도국 중심으로 에너지 다원국 공관 인력을 늘려야 한다”며 “예산도 사용처를 정해 전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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