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외규장각 도서에 대해 처음으로 ‘약탈’임을 공식 인정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외규장각 도서는 프랑스의 국유 재산이 되었기 때문에 반환할 수 없다’는 기존 견해를 되풀이했다.
‘문화연대’가 2007년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외규장각 도서 반환 소송’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중호 변호사는 9일 <한겨레>와의 국제전화 통화에서 “지난 4일 파리 행정법원에서 열린 외규장각 도서 반환 건에 대한 소송 공판에서 프랑스의 정부 대변인이 ‘불행한 약탈’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프랑스 정부는 외규장각 도서가 합법적으로 프랑스 소유가 되었으므로 반환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반복했지만, 처음으로 ‘약탈’을 공식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이 소송에서 이기면 프랑스 의회 승인을 거쳐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받을 수 있게 된다”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외규장각 도서를 처음 발견한 박병선 여사도 이 소식을 듣고 기뻐했다”고 말했다.
문화연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훔친 물건을 자기 이름으로 등기해 놓기만 하면, 현재는 자신의 소유이니 책임이 없다’는 프랑스의 주장은 모순”이라며 “6개월 안에 열릴 재판에서 패소하면 국민 모금을 통해 소송 비용을 조달하고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규장각은 1782년 정조가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할 목적으로 강화도에 설치한 도서관으로, 1866년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습격하면서 이곳의 일부 서적을 약탈해 갔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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