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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사랑해요 한국’ 과시해 공조 길넓혀

등록 2009-10-09 19:24

[한-일 정상회담] 하토야마, 서울 먼저 온 이유
아시아 중시외교·6자회담 대비한 전략적 접근
“저희는 여러분과 한국문화를 상당히 좋아한다. 총리가 된 지 3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첫 해외 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하게 된 것도 역시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9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끝낸 뒤 기자회견을 시작하자마자 ‘한국 사랑’을 내세웠다. 그는 말미에 부인 미유키가 한류스타를 좋아한다며 한번 더 ‘친한파’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실제 미유키는 최근 한류스타 배용준과 이서진을 면담하고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한-일 축제 한마당’ 행사에 참석해 유창한 한국말로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토야마 총리의 한국 중시 자세에는 단순한 관심과 애정을 넘어선 계산된 전략적 접근법이 담겨 있다. 지난달 16일 출범한 민주당 정부의 아시아 중시 외교정책을 수행하는 데 어느 때보다 한국과의 공조체제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방한 정상회담의 실질적인 목적인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하토야마 정부에겐 한국정부의 협조가 불가피하다.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 이후 한국 정부와 대북 강경제재 면에서 공조체제를 구축했던 일본 정부는 6자회담 재개 이후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 이후 김정일 북한 위원장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 시사 발언, 북-미 대화 재개 움직임 등으로 6자회담 재개가 실행될 경우 일본 정부는 자칫 ‘외톨이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학 현대한국연구센터 부소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그동안 6자회담 과정에서 납치문제 진전이 없다는 이유로 중유 지원에 동참하지 않은 일본 정부는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정책전환을 강요받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정부는 대북 제재정책 전환의 시점과 경제지원 문제 등에서 한국 정부와의 엇박자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토야마 총리가 제창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의 실행을 위한 토대 구축을 위해서도 이념과 체제가 비슷한 한국과의 신뢰관계 형성이 전제조건이다. 여기에다 내년 한-일 강제합병 100주년을 앞둔 한-일간 특수상황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 여론 때문에 1995년 일제의 침략전쟁을 사과하고 반성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 담화 이상의 것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하토야마 총리는 ‘100주년 문제의 연착륙’을 위해서도 한국내 ‘친한적 이미지’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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