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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동맹복원’ 좇다가 길잃은 대미외교

등록 2008-06-25 19:27수정 2008-06-25 23:29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집현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보고를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집현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보고를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정부, 현안·장기비전 ‘총체적 난관’
30년전 대미인식…외교라인 시스템 부재
한-미 동맹 관계 ‘복원’을 최우선 대외전략으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대미 외교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고 있다.

다음달 초로 예정됐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 일정 취소는 그 상징적 사례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25일 “(쇠고기 파동으로 양국 관계에) 타격이 있어 정상회담 일정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정부 외교안보분야 핵심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 취소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백악관 쪽의 불신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3일 “백악관은 요즘 이명박 대통령한테 별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전한 바 있다.

청와대는 부시 대통령이 8월 베이징올림픽에 참석하는 것을 계기로 방한을 다시 추진할 뜻을 밝혔지만, 이 또한 성사가 불투명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이) 언제 (한국에) 올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여지를 뒀다.

이런 사정 탓에 당장의 현안 협의는 물론 동맹관계의 장기 비전 수립도 쉽지 않게 됐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쇠고기 파동 여파로 한-미간 긴급하고도 주요 현안에 대한 협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쇠고기 문제가 가라앉아야 현안 협의를 제대로 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언제쯤일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이명박 정부 시기 한-미 동맹 관계의 핵심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한 협상은 적어도 지난 4~5월에는 시작해야 했지만, 아직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 쪽이 주한미군 기지 이전 비용의 상당 부분을 방위비 분담금에서 충당하려고 하고 있어, 쇠고기 파동으로 격앙된 여론의 비판이 집중될까 우려한 탓이다.

애초 다음달 ‘서울 정상회담’에서 발표하기로 했던 ‘21세기 한-미 동맹 미래비전’ 선언도 오리무중에 빠졌다. 정부 당국자는 “G-8(선진 8개국) 확대정상회의에 참석한 길에 갖는 일본 도야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래비전을 발표하는 건 장소 문제 등 때문에 부적절하다”며 “다음 기회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미 외교가 헝클어진 원인은 무엇일까?

대미 협상 경험이 풍부한 한 외교 전문가는 “가장 큰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대미 인식이 30년 전 수준에 머물러 한국의 달라진 국력과 지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 동맹 의존 편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많은 전문가들이 △외교 협상 주체로서 정부의 ‘대표성’, 곧 ‘자국민을 책임지고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의 부족 △외교안보 라인의 시스템 부재 △비전을 구체화할 정책 경로의 혼선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다른 외교 전문가는 “한-미 관계란 정부간 관계뿐만 아니라 국민간 관계도 중요한데, 이명박 정부는 능력에 걸맞은 대우를 바라는 한국민의 달라진 대미 관계 인식과 정서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검역 및 통상과 관련된 쇠고기 추가협상에 청와대 경제수석이나 통상교섭본부장이 아닌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사전 일정 협의도 없이 먼저 나선 것은 불끄기에 급급해 시스템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가볍게 여긴 사례라는 비판이 많다. 김병국 당시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9일 방미했는데 협의 상대인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 보좌관이 부시 대통령의 유럽 방문을 수행하느라 자리를 비워 대신 존 제프리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고위 인사는 “성격이 다른 통상외교와 정무외교를 뒤섞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경시한 게 결과적으로 대미 협상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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