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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한국 “측량포기 먼저” - 일본 “지명상정 철회”

등록 2006-04-21 19:08수정 2006-04-21 23:59

<b>일본 외무차관 입국</b> 야치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1일 오후 한일 외무차관 회담을 위해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일본 외무차관 입국 야치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1일 오후 한일 외무차관 회담을 위해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외무차관 협의…한 “낙관 못한다” 일 “진전 없었다” 팽팽
일본의 독도 인근 해역 수로측량계획이 촉발한 한-일 갈등의 분수령이 될 외무차관 회담 등 양쪽의 협의가 21일 길게 이어졌다.

양쪽의 협의는 이날 오후 5시30분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과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의 20분간에 걸친 단독회담, 양쪽 관련 부처 국·과장급 실무진 등 각각 10명씩 참석한 1시간15분 남짓의 확대회담 그리고 장소를 바꿔 시내 호텔에서 만찬을 겸한 협의 등 냉랭하면서도 긴장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유 차관과 야치 차관의 단독회담은 이번 사태에 대한 양쪽의 기본 인식을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야치 차관은 문제가 된 일본의 수로측량의 성격을 “(양쪽이 선포한 배타적 경제수역이) 중첩된 수역에서 순수히 과학적·기술적 측면에서 해양과학조사를 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영유권 문제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 차관은 이번 한-일 갈등에 깃든 역사적 배경을 길게 설명하며, “한국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유 차관은 “일본은 1905년 2월 독도를 자국영토로 편입했는데, 한국은 이를 1904년 한일의정서, 1905년 8월 을사늑약 등 한반도 식민화의 첫 신호탄으로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유 차관은 이날 오전 일본의 수로측량계획에 대해 “대한민국이 두 쪽이 나도 끝까지,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을 수밖에 없다”라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야치 차관은 “일본도 최대한 한국과 서로 양보하는 정신 아래 이 문제를 풀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포공항에서 (주한일본)대사관으로 오며 이번 일이 한국에서 아주 뜨거운 문제가 돼 있다는 걸 체감했다”며 “이 문제를 잘 풀지 못하면 중장기적인 한-일 관계에 큰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확대회담에선, 한-일 사이에 논란이 됐던 △배타적 경제수역 경계 및 이와 관련한 협상 재개 문제 △6월 국제수로기구 해저지명소위 한국식 명칭 등재 추진 문제 △수로측량 때 상호통보 문제 등을 두고 양쪽의 실무적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오른쪽)과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차관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일본의 동해 측량계획 파문과 관련해 사태 수습을 위해 한-일 외무차관 협의를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오른쪽)과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차관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일본의 동해 측량계획 파문과 관련해 사태 수습을 위해 한-일 외무차관 협의를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단독·확대회담 뒤 “아직 극복해야 할 여러 문제가 있어 낙관하기 어렵다”고 밝혀, 접점을 찾지 못했음을 내비쳤다. 일본 쪽도 주한 일본대사관으로 일본 언론만 불러 한 브리핑에서 “진전이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에 앞서 일본 안에선 서로 ‘체면 구기지 않는’ 타협책을 찾아낼 수 있기를 몹시 기대하는 분위기였지만, 한국이 ‘선 수로측량 포기’를 압박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일본은 △양국이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치는 해역만이라도 한국이 지명 제안을 철회하고 일본도 상응하는 양보안을 제시하는 방안 △차관급 협의가 결렬돼도 일본 쪽 배타적 경제수역에서만 수로측량을 하며 협상의 불씨를 살려나가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훈 기자, 도쿄/박중언 특파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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