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익 국립외교원 원장이 지난해 11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외교타운에서 열린 2022 외교안보연구소 국제문제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이 임기 5개월을 남기고 정부로부터 면직 처분을 받았다. 2012년 국립외교원 개원 이후 외교원장이 면직 처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 원장은 “정권의 홍보요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반발했다.
외교부는 10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외교부는 9일 홍 원장에 대한 면직을 제청했으며, 관련 절차를 거쳐 10일 면직 처분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차관급인 국립외교원장은 외교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 공무원이다. 면직 절차 역시 외교부 장관의 면직 제청 및 대통령 재가로 이뤄진다.
외교부는 또 “이번 면직 제청에 앞서 당사자인 홍 원장의 의견을 청취하는 청문 절차를 지난 22일 완료했다”며 “이번 면직 제청과 처분 결정은 지난해 12월 국립외교원 감사 결과와 지난 22일 청문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감사에서 홍 원장을 비롯한 국립외교원 소속 일부 교수들의 청탁 금지법 위반, 외부 활동 신고 누락 등을 적발해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홍 원장은 올해 초부터 기관 운영과 관리 소홀 등에 대한 책임 등을 사유로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였다.
홍 원장은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 8월 취임했다. 국립외교원장이 면직 처분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부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 강연을 해 면직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추계 공관장 대상 교육) 때 강연을 하는데 공관장 중 일부가 (강의가) 윤석열 정부 정책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다”며 “그게 이제 원인이 돼서 몇 달 동안 끌다가 면직을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장은 또 외교부가 문재인 정부 당시 행정관을 했던 강사가 공관장 강연을 했던 것도 문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협회에 의뢰한 공관장 강연이 있었는데 강연 일정이 바뀌어 강사도 바뀌었는데 바뀐 강사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었다”며 “일부 공관장들이 이를 문제 삼았는데 외교부에서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한편, 복수의 외교가 소식통은 홍 원장의 후임으로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한 박철희 서울대 교수가 내정됐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 마련을 돕는 캠프 정책자문단 외교·안보·통일분과에 참여해 외교정책의 기틀을 다듬는 역할을 맡았다. 외교가에서는 캠프 인사를 임명하기 위해 무리하게 면직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직 고위당국자는 “후임을 임명하기 위한 구실로 무리한 면직을 시도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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