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서희홀에서 열린 신입직원 임용장 수여식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는 신입 외교관들. 이들도 해외 공관 근무를 하게 되면 설날과 추석에 쉴 수 없다. 연합뉴스
따뜻한 떡국, 가족과 하는 차례, 조카에게 받는 세배. 설날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해외 공관에 나가 있는 외교관에게는 먼 세상 일이다.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에들에겐 설날과 추석이 ‘휴일’이 아니다.
19일 외교부의 설명을 들어보니, 해외 공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에게 적용되는 국내 공휴일은 3·1절과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4대 국경일이 전부다. 추석과 설날은 적용되지 않는다. 추석과 설날은 우리의 명절일 뿐, 공관이 있는 국가에서는 평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공관 근무자만 사나흘씩 쉴 수 없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심의관급 ㄱ 외교관은 “설날에 일한 기억밖에 없다. 똑같이 출근해서 죽어라고 일을 했다”고 푸념했다.
오히려 추석과 설날에 일이 더 몰리기도 한다. 인기 관광지의 경우 연휴를 맞아 한국인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기도 하고, 재외국민을 챙기는 교민 행사들이 열리기도 해서다. 국장급 ㄴ외교관은 “큰 공관의 경우, (설·추석 연휴에)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이나 환자분들에게 떡국을 갖다 드리는 행사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외교부 본부에서 일하는 외교관들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해외 공관에서 일이 벌어질 경우 외교부 본부에서 이를 뒷받침 해야 하기 때문이다. ㄷ 외교관은 “해외 공관에선 계속 일을 하니, 업무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본부 직원들도 같이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우린 가족들은 만날 수 있으니, 아무래도 고향 생각이 간절한 공관 직원보다는 사정이 더 낫다”고 말했다.
타국에서 자긍심으로 근무한다지만, 뉴스에서 이어지는 명절 관련 소식은 향수병을 자극한다. 이 때문에 해외 공관을 책임지는 공관장들은 직원들과 함께 명절날 아침 떡국을 함께 먹는 등 조촐한 행사를 열기도 한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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