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현지시각) 제77차 유엔(UN) 총회 본회의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 내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크림 자치공화국 및 세바스토폴 인권 결의안’(크림 인권 결의안)에 찬성했다. 불과 한 달 전 정치‧군사적 내용이 많아 인권결의안으로서의 성격에 논란이 있다며 기권했던 입장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크림 인권 결의안이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찬성 82개국, 반대 14개국, 기권 80개국으로 채택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 내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을 담은 이 결의안은 우크라이나가 주요 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이 결의안이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를 통과할 때에는 기권했다. 당시 정부는 해당 결의안의 정치·군사적 내용이 인권결의안의 성격에 벗어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보편적 가치와 인권을 존중하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을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우리 정부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존중이라는 기본적인 정책 기조에 대해 많은 오해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면 우리가 지키려던 것보다 오히려 잃는 게 더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3위원회 당시 결의안과 지금 결의안이 내용적으로 다르지 않아서 입장 변경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두고, 미국 등 우방국의 압력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압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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