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영 인천대 교수(중국학술원장)은 “한-중관계를 미-중관계, 한-미동맹의 종속 변수처럼 여기는 것은 극복해야 할 냉전시대의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중 관계가 한-미동맹의 종속변수가 돼선 안된다.”
안치영 인천대 교수(중국학술원장)는 13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게 아니라,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안 교수는 덩샤오핑 연구를 시작으로 중국 사회 변화를 추적해 온 중국 정치 전문가다.
―시 주석 3연임을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 내부적으론 ‘위기의식’의 발로일 수 있다. 40여년 중국의 초고속 성장을 이끌어 온 개혁·개방이 ‘임계점’에 다다랐다. 성장률은 정체되고 불평등은 확대됐다. 이를 시 주석은 ‘부드러운 고기는 다 먹었고, 뜯어먹기 어려운 뼈다귀만 남았다’고 표현한 바 있다.
개혁·개방 초기 등장한 선부론은 먼저 부자가 된 쪽이 뒤처진 쪽은 도와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하지만 선부론이 극단화하면서 전제를 잃었다.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에서 ‘공동부유론’이 다시 전면에 등장한 이유다.”
―향후 5년, 중국의 한국 정책을 전망한다면.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난 일이 있다. 20차 당대회가 끝나고 나면 중국의 장기발전 계획에 대한 세부적인 전망을 제시할 것이라고 하더라. 개혁·개방도 더욱 강화할 것이고, 이는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말도 했다. 우리 쪽과 자매결연을 한 중국 지방정부의 태도도 엄청나게 달라졌다. 이전에는 공동행사를 위한 협조 요청을 무시하거나 결정권이 없는 하급직을 내세웠는데, 지난해부터 지방정부 수장급이 영상축사까지 보내오고 있다. 중앙정부의 정책기조 변화없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중 대결 속에 중국이 한-중관계 적극적으로 나서는 쪽으로 정책을 조정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한-중관계를 미-중관계, 한-미동맹의 종속 변수처럼 여기는 경우가 있다. 한-미동맹, 한-미관계가 우리 쪽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면 그럴 수 있다. 현실은 딱히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한-미동맹만 강조하는 건 안보가 불안했던 냉전시대의 유산이다. 극복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뼈대로 국제질서는 세웠지만, 미-중 전략경쟁 속에 자국에 불리하다고 보고 이를 포기했다. 반면 중국은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을 비판한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도끼날’을 타고 있다.
중국은 20차 당대회 이후 대외 개방을 강화하는 메시지 던질 가능성이 높다. 한-중관계 역시 협력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할 수록 중국도 한국도 난감한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