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6월30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현직 미국 주재 특파원 모임인 한미클럽(회장 이강덕)이 발행하는 외교안보 전문 계간지 <한미저널>이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고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한국을 거치지 않고 미국과 직접 협상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히는가 하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불쾌감을 가감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한미저널>은 최신호(10호)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4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주고받은 친서 27통의 전문을 공개했다. 앞서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도 지난 2020년 9월 펴낸 <분노>에서 이 가운데 일부를 인용한 바 있다.
두 지도자 사이의 첫 친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이 중앙정보국(CIA) 국장 자격으로 극비리에 방북한 직후인 2018년 4월1일치다. 김 위원장은 “두 나라 사이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부정적인 양자 관계를 끝내기 위해 큰 걸음을 내디딜 용의가 있다”고 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양국 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 협력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화답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친서에서 여러 차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톱 다운 방식의 담판을 바란다는 뜻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2018년 6월12일) 합의사항 이행 과정에서 폼페이오 전 장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직접 협상하고 싶다고 썼다. 김 위원장은 특히 같은 해 9월18~20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저는 향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각하와 직접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한다. 지금 문 대통령이 우리의 문제에 대해 표출하고 있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미 관계는 정상 간 친서가 수시로 오갔음에도 하노이 정상회담(2019년 2월27~28일)이 결렬되면서 교착 국면에 접어들었다. 공개된 두 지도자 간 마지막 서한(2019년 8월5일치)에서 김 위원장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며, 예정됐던 북-미 실무협상을 연기하겠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당신 쪽이 골칫거리로 인식하는 ‘미사일 위협’과 ‘핵 문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당신 쪽과 한국군의 군사적 행동”이라며 “이러한 요인들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이전과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후 한 차례 실무회담(2019년 10월5일)이 열리긴 했지만, 북-미 관계는 빠르게 얼어붙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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