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릭 숄리 미 국무부 차관이 11일 오후 서울 남영동 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데릭 숄레이(Derek Chollet) 미국 국무부 차관은 11일 <한겨레>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글로벌 핵심 국가’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협력, 한·미·일 3국 협력이 글로벌 차원의 도전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는 미국의 의도는 명백해 보였다. 그는 미-중 사이에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협력의 여지가 있다면서,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숄레이 차관은 미 국무부의 선임 정책 자문으로 외교안보 현안을 두루 다루고 있으며 11~12일 방한 기간 동안 한국 정부 관계자 등과 만나 북한, 중국, 미얀마 문제 등에 대한 한미 협력, 한미동맹 강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다. 지난 9일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5시간30분 회담의 내용을 동맹인 한국과 공유하는 역할도 맡았다. 숄레이 차관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무부, 국방부를 두루 거친 외교 안보 전문가다.
―지난달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는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아시아 파트너 4개국이 처음으로 참석했다. 나토는 전략개념에서 처음으로 중국을 “구조적 도전(Systemetic challenge)”을 제기하는 국가로 규정했다. 앞으로 나토와 한국 등의 협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가.
“역사적인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나토 파트너십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한국이 나토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 대표부를 열고, 공동의 도전에 함께 맞서고, 군대들 사이에 향상된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럽 국가들은 이미 (아시아에서 진행되는) 림팩 같은 군사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생각을 공유하는 파트너들 사이에 연결을 강화해야 한다. 많은 도전들이 실제로 글로벌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도전도 미국 홀로는 해결할 수는 없으며, 모든 문제들이 강력한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나토와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협력은 강화될 것이고, 유럽 파트너들이 이미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 훈련에 참여해온 것에서 그런 협력이 이미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협력과 상호운용성 확대의 면에서 더욱 많은 일들이 진행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크라이나 위기는 유럽 또는 미국만의 위기가 아닌 진정한 글로벌 이슈이다. 모든 국가들은 주권을 존중해야 하고, 큰 나라가 이웃의 작은 국가를 침공하고 자국의 의지를 강요해서는 안되며, 국가들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공유되어온 원칙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만 해협의 평화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중국이 실제로 대만을 무력을 사용해 통일하려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미국과 파트너들은 중국이 대만 인근에서 점점 더 거칠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데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났을 때 이 우려에 대해 매우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미국의 대만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하나의 중국 원칙, 3개의 커뮤니케, ‘6대 보장’(Six Assurances·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등 보장)과 대만 관계법에 규정된 의무를 지키고 있다. 미국은 현상 변경을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가 보기에, 중국의 행동이 현상을 변경하거나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으며, 매우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지속적으로 협력하면서 우려스러운 상황에 분명한 메시지를 내는 것,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에서 가드레일을 만들어 최대한 이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대만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지는 경우에, 미국은 대만을 지킬 수 있을까? 만일 미국 여론이 해외 군사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너무 가정이 많은 질문이지만, 대답은 우리는 의무를 다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대만에 대한 우리 정책과 방법은 변하지 않았고, 미국의 법 즉, 대만관계법에 따른 의무가 있다. 또한 인도·태평양전략을 통해서도 미국은 이 지역에서 우리의 안보 약속을 지킬 것을 보장한다. 우리는 한국과 70년 가까운 동맹관계, 일본, 호주, 대만과도 수십년 동맹관계를 유지해 왔고, 조약으로 보장된 동맹으로서 안보를 지원할 의무가 있고, 공동의 안보 이해가 있으며, 이것을 지키려는 의지도 있다. 이것이 바이든 행정부가 군사, 외교, 경제적으로 미국이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지도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토록 열심히 노력해온 이유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약속을 지킬 것이다.”
―한국과도 대만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가.
“우리는 이 이슈를 이 지역 모든 파트너들과 협의하고 있다. 안전하고 분쟁이 없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우리는 미얀마의 상황에 대해 함께 우려한다. 동남아시아의 중심에 실패국가가 등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이 지역 파트너들과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결연한 힘을 보이려 하고 있으며, 올해 점점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 우려한다. 미국은 어떤 조건도 없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지만, 그들은 우리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정반대로 대응했다. 기록적인 횟수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물론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북핵과 미사일이 고도화하는 상황에 대해 미-중이 전혀 협력하지 않으면서, 한국의 안보 불안은 커지고 있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조하지만, 미-중 협력이 없이 한미일 군사협력만으로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중국은 북한이 도발적인 행위를 중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이 핵을 가지지 않게 하는 데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고, 이 문제는 블링컨 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이 발리에서 회담하면서 논의한 내용의 일부분이기도 했다. 우리가 북한의 도발을 우려한다면, 분쟁의 위험을 높이는 것은 우리 누구도 원치 않는다.”
데릭 숄리 미 국무부 차관이 11일 오후 서울 남영동 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미국은 한·미·일 3국 협력을 적극 추진하는 데 어떤 목적을 위한 것인가. 또, 한일간 역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한미일 협력은 한반도의 안보 이익 보장뿐 아니라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공동의 안보 이익을 보장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글로벌 무대에서 매우 중요하며, 유능한 군사력과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국가로서 많은 국가들에게 영감을 준다. 한·미·일의 협력이 강화되면, 우리가 직면한 도전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중국으로부터의 도전, 북한으로부터의 도전, 우크라이나 지원 등이다. 군사 훈련을 통해서든 또다른 협력을 통해서든 한미일 3자 매커니즘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한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적극적인 플레이어가 되고, 글로벌 핵심 국가(global pivot state)가 되는 것을 매우 지지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미국은 한일 관계 강화를 지지하며, 한국과 일본 사이의 차이를 한일 두나라 사이에서 풀어야 한다는 것을 존중한다. 미국은 양국 모두의 친밀한 친구로서 그 차이가 해소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한미일 3국 협력 매커니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이고, 다른 방안들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 IPEF에 가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한-미 ‘반도체와 배터리 동맹’을 형성하고, 첨단기술과 관련해 일정 정도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IPEF가 너무 모호하고, 참가국들에게 구체적인 이익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 미국 의회에서 반도체 지원 법안도 여전히 통과되지 못하고 있고, 반도체·배터리 산업 등이 중국산 희토류, 원자재에 의존하는 상황에 대한 대안이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 미국은 이에 대해 해법을 가지고 있는가.
“IPEF는 경제 협력을 위한 새로운 방법이고, 이를 통해 우리의 경제적 공동 이익에 대한 미래를 더 심도있게 정의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IPEF가 조기에 출범하고 한국이 14개국 창립 멤버의 하나로 참여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는 그 세부 사항을 만드는 일에 착수하고 있는데, 공급망 유연성이나 디지털 기술을 비롯해 IPEF 안에서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는 많은 부분들이 있다. 지난주에도 한국 대표단이 워싱턴을 방문해 IPEF와 관한 디테일한 부분을 더 많이 논의했다. 진전 방안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중이고, 앞으로 해야할 일들이 많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을 규합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동맹국들은 미국 정치가 매우 분열된 상황을 보면서, 올해 중간선거나 다음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미국이 지속적으로 국제질서에서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 시선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가.
“모든 민주주의는 어려운 시기가 있고, 현재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시험에 처해 있다. 주요한 원인중 하나는 소셜미디어로 인한 가짜뉴스의 재앙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우리가 단지 이곳에 머물러 있을 뿐 아니라 새롭게 건설하고 약속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고, 새로운 기구와 매커니즘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이런 일들이 이번 정부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70년의 한미 동맹을 되돌아본다면, 두나라 모두 국내 정치와 관련해 많은 혼란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견디며 지속되어온 것 중의 하나가 동맹의 힘이다. 현재 미국 정당 사이에 합의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강력한 역할, 강력한 한미 관계에 대한 지지는 미국 정치 시스템 안에서 널리 공유되고 있다. 미국의 국내 정치가 어떻든 미국은 이 지역에 계속 머물 것이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