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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북, 반미 군중집회 재개…‘강 대 강 정면승부’ 본격화

등록 2022-06-26 14:20수정 2022-06-26 14:40

평양에서 ‘미제 반대 투쟁의 날’ 군중집회 개최
2018년 북-미 정상회담 뒤 4년간 반미집회 중단
“강 대 강, 정면승부 노선 알리는 대외 메시지”
북한이 한국전쟁 72주년을 맞아 대규모 반미 군중집회를 5년 만에 재개했다. 사진은 지난 25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앞에서 열린 평양시 군중집회 모습.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한국전쟁 72주년을 맞아 대규모 반미 군중집회를 5년 만에 재개했다. 사진은 지난 25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앞에서 열린 평양시 군중집회 모습.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국전쟁 72주년을 맞아 북한이 5년 만에 대규모 반미 군중집회를 재개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공표한 “강 대 강, 정면승부” 노선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란 평가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전날 평양의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교양마당에서 노동자와 청년 대학생이 모여 ‘6·25 미제 반대 투쟁의 날 평양시 군중집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집회에는 리일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영환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 등 지도부도 대거 참석했다.

통신은 집회 연설자로 나선 최희태 평양시 인민위원장 등이 “전쟁의 참화는 적들의 침략으로부터 국가의 자주권과 인민의 안녕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무적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교훈을 새겨주고 있다”며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침해하려든다면 반드시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하기 위해 정치 사상적 힘, 군사적 강세를 백방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만약 미제가 1950년대의 쓰라린 참패를 망각하고 또다시 우리 공화국을 감히 건드리려 한다면 다지고 다져온 불가항력의 물리적 수단들을 총발동하여 침략자들을 무자비하게 소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도 했다. 핵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을 한 셈이다.

북한이 6·25에 즈음해 대규모 반미 군중집회를 연 것은 2017년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북한은 해마다 6월25일부터 7월27일(정전협정 체결일)까지를 ‘반미 공동투쟁 월간’으로 지정하고,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반미 행사를 열어왔다. 하지만 2018년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한국전쟁 70주년이던 2020년을 포함해 4년 연속 대규모 반미 집회를 중단한 바 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23일과 24일 평양과 황해남도 신천 등지에서 청년동맹·농업근로자동맹·직업총동맹·사회주의여성동맹 등이 각각 미국을 겨냥한 ‘복수 결의모임’을 열었다고 전했다. 이들 4개 단체는 노동당 외곽 근로단체이자 대표적인 대중 조직이다.

외교안보 소식통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2019년 2월) 결렬 이후에도 북한은 ‘강 대 강’과 함께 ‘선 대 선’ 노선을 유지하면서, 미국과 대화를 염두에 두고 반미 군중 시위를 열지 않았다”며 “지난 8~10일 열린 노동당 8기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선 대 선’을 삭제하고 ‘강 대 강, 정면승부’ 노선을 채택한 직후 대규모 반미 군중집회가 재개됐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북한은 내부 역량을 결집시킬 필요가 있을 때 항상 근로 대중조직을 전면에 내세운다. ‘강 대 강, 정면승부’ 방침 이행을 위한 대내 결속을 다지는 한편, 미국 등을 겨냥한 대외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대규모 군중을 동원한 반미집회를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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