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겪어 보지 않은 위기의 시대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중 전략경쟁이 가져온 세계 질서 변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국제 질서는 협력에서 대결로 전환하고, 공급망의 안보화로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커졌으며, 팬데믹의 출구에 구조적인 경제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핵실험을 비롯한 북한의 전략 도발도 예정되어 있다. 북한의 전략 도발은 군사분야에서 미-중 전략경쟁의 무대를 한반도로 이동시킬 것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첫째는 이념이 아니라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앞으로 새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한-미동맹의 이익조화다. 한-미동맹은 그동안 대한민국의 국익에 부합했기 때문에, 유지 발전해왔다. 앞으로 미-중 전략경쟁의 국면에서 한미 양국의 이익조화가 불균형적으로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다. 한-일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두르다가 오히려 양국관계를 악화시키지 말고, 국민의 지지를 구하면서 지속 가능한 관계개선의 길을 찾아야 한다.
둘째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지혜를 구해야 한다. 청와대 중심이 아니라, 내각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제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부처가 정보를 공유하고, 충분히 소통해서, 올바른 대안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열린 정책 결정 과정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핵심이다. 정부와 민간의 협치도 중요하다. 민간외교의 영역이 넓어지고, 통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며. 열린 국방의 범위도 커지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분열이 아니라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위기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외교안보 정책을 둘러싼 인식의 차이도 벌어질 것이다. 그동안 야당 시절에 추구했던 차별과 혐오의 정치를 지속하지 않기를 바란다. 공존과 공영의 남북관계도 박정희 정부의 7·4 남북공동성명이 시작해서,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기본방향이 정해졌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쉽지 않아도 초당적 협력을 추구하고, 국민적 합의를 구하기를 바란다.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인제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