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7일(현지시각)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질문할 기자를 선택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20~24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한다고 27일(현지시각) 백악관이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5월20~22일 방한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고 배현진 당선자 대변인이 28일 전했다. 윤 당선자와 바이든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방한 이틀째인 5월21일로, 새 정부 출범 11일 만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한·일) 방문은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한국·일본과 동맹에 대한 확고한 공약을 진전시킬 것”이라며 “안보 관계 심화, 경제적 관계 강화, 긴밀한 협력을 실질 성과로 확장”하는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현진 대변인은 “한미동맹 발전 및 대북정책 공조와 함께 경제안보, 주요 지역적·국제적 현안 등 폭넓은 사안에 관해 깊이 있는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발표문엔 ‘북한·북핵’이, 인수위 발표문엔 “인도·태평양”이 직접 거론되지 않았다. 정상회담에 임하는 우선 관심사의 차이가 드러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당선자와 만나 한미동맹을 “안정과 번영의 핵심축”이라 규정한 지난해 5월 ‘한·미 정상 공동성명’ 이행 상황을 점검·확장하는 쪽으로 논의를 풀어갈 전망이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중산층 살리기’와 ‘공급망 안보화’ 등 중국 견제에 두루 도움이 될 한국기업의 대규모 미국 투자 유치를 포함한 반도체·첨단기술 동맹 강화를 최우선 의제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제안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P)에 윤석열 당선자가 ‘참여하겠다’는 공식 견해를 밝힐지 주목된다. 윤 당선자가 한·미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1위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 관계 훼손을 피할 ‘균형외교’를 펼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 도쿄에서 열릴 쿼드(미·일·인도·호주)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열리는 것이라, ‘쿼드+’ 곧 쿼드와 한·미·일 안보협력의 연계 강화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 일본이 한국의 쿼드 정식 참여에 격하게 반대하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이 윤 당선자한테 ‘쿼드에 참여해달라’고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기간 어떤 대북 발언을 내놓느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에 중대 영향을 끼칠 한반도 정세의 풍향계가 될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강경한 대북발언을 쏟아내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7차 핵시험’을 포함한 전략적 군사행동으로 한반도 정세를 다시 뒤흔들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