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왼쪽 사진)와 산업통상자원부의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정부 조직 개편 작업과 관련해 ‘통상’ 기능을 지키려는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되찾아오려는 외교부의 논리 대결이 노골적인 비방전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산업부와 외교부는 그간 인수위의 통상 기능 조정 검토와 관련해 전현직 인사들의 언론 기고문을 통해 여론의 우위를 차지하려 경쟁해왔다. 부처 간 업무 조정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런데 두 부처의 ‘논리 대결’이 지난 29일을 분기점으로 사실상 공개 난투극으로 악화하고 있다.
첫 격발 요인은 <매일경제> 29일치에 실린 “통상은 산업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제목의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의 기고문이다. 최 전 장관은 기고문에서 “정부 수립 후 75년 동안 통상 기능이 외교부에 속한 기간은 15년뿐”이라며 “외교부가 통상을 하는 나라도 드물다. 외교부가 통상을 관장하며 참사가 벌어졌다. 산업부가 통상 전면에 서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추세”라고 노골적으로 외교부를 저격했다.
외교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익명 조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통상 기능이 외교부에 속하지 않은 기간은 단 9년뿐”이라고 반박했다. 통상교섭본부를 산업부에 둔 박근혜·문재인 정부 9년을 빼곤 외교부가 통상 업무를 해왔다는 것이다. ‘산업을 잘 알아야 통상을 잘 할 수 있다’는 산업부 논리를 두고도, 이 고위 당국자는 “통상의 기본 기능은 부처 간 이해관계 조정”이라며 “농업, 수산업, 중소기업 등은 국가의 적절한 보호가 필요한데 그럼 중소기업벤처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이 통상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박했다.
또 이날 저녁 <한국경제>가 “미국, 한국 정부에 ‘외교통상부’ 출범 반대 의사 전달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에 올리자, 외교부는 밤 11시12분에 기사 내용을 정면 반박하는 ‘외교부 입장’을 출입기자들한테 보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돌을 맞아 지난 14~18일 미국을 방문한 정부·국회 대표단에 포함된 “정부 고위관계자가 ‘미국의 한국 담당 고위급 외교 인사가 한국의 통상교섭 기능의 외교부 이관에 우려한다는 뜻을 구두로 전해왔다’고 말했다”는 기사 내용을 문제 삼은 것이다. 기사는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대표단에 참여했다고 적시했다.
외교부는 ‘입장’에서 “외교부 확인 결과, 미국 쪽은 통상 기능을 어느 부처가 소관하는지에 대한 선호가 없다는 요지의 분명한 입장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어 “국익과 국격에 대한 일말의 고려 없이 사실에 반하는 내용을 소위 정부 ‘입장’으로 왜곡해 국내 정부조직 개편 관련 논리로 활용하려는 국내 부처의 행태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실상 산업부를 비판했다. 산업부는 <한국경제> 보도와 관련해 “기사는 사실이 아님”이라는 설명자료를 30일 누리집에 올렸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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