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러시아 사할린에서 한국으로 떠나는 한인 동포 가족들이 이별을 슬퍼하고 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제공
평균 나이 여든여덟 사할린동포 1세대 21명이 70여년 만에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첫 대상자로 선정돼 27일 영주귀국길에 오른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금년도 사할린동포법이 시행됨에 따라 정부는 일제강점기 당시 러시아 사할린에 이주했으나, 고국으로 귀환하지 못하고 사할린에서 살아온 동포와 그 동반가족의 영주귀국 및 정착지원사업을 관계부처 간 신밀한 협업을 통해 진행해왔다”며 “337명이 이 사업 대상자로 지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77명은 이미 국내에 체류 중이며, 나머지 260명은 내달 11일까지 순차적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오는 27일 입국하는 대상자 91명 가운데 사할린동포 1세대는 21명이며, 이들의 배우자와 50대~60대 자녀들 등도 함께 귀국한다.
사할린동포는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노동자 등으로 이주했다가 2차대전이 끝나고 일본의 국적박탈 조처로 귀환하지 못하고 사할린에 머물게 된 이들이다. 당시 약 4만3000여명이 사할린에서 귀환하지 못하고 잔류했다고 알려져 있다. 사할린동포의 영주귀국사업은 1994년 한-일 정부 간 합의로 시작돼 양국 적십자 간 협정 등을 통해 공동으로 진행되다가 2016년부터는 한국 정부 단독으로 이뤄졌다. 이를 통해 지난 30여년 동안 4408명이 이미 영주귀국을 한 상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인도적 차원”으로 진행되던 이 사업이 “역사적 특수성에 기인한 사할린 동포들의 영주 귀국 및 정착에 대한 정부 책무로 규정한 사할린동포법에 근거해 전액 우리 정부 예산으로 사업을 시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할린동포법안은 2005년과 2009년 등에도 발의됐으나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지난해 제정됐다. 이 법의 시행으로 과거 사할린동포 1세대와 배우자, 장애인 자녀로 제한되던 영주귀국 자격이 직계비속으로 범위가 확대되기도 했다.
이번에 귀국하는 동포들은 코로나19 방역 절차에 따라 열흘 동안 시설에서 격리한 뒤 영주귀국한 동포 1세대들이 주로 사는 경기도 안산과 인천 등 국민임대주택에 입주하게 된다. 아울러 영주귀국 이후 한국 생활 적응 및 정착을 위한 지원캠프에 3개월 정도 참여할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에도 사업을 진행할 방침인데, 여전히 사할린동포 실태 및 수요조사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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