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5일(현지시각) 오후 프랑스 파리 국제개발협력기국(OECD) 각료이사회 계기에 잠시 약식 회담을 하는 모습. 외교부 제공
한-미 외교장관이 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종전선언 등 한반도 문제와 한-미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외교부는 6일 보도자료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각료이사회 참석을 계기로 5일 오후 파리에서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약식 회담(pull-aside meeting)을 갖고 한-미 관계와 한반도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두 장관이 만난 것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계기 회담 이후 약 2주 만이다.
두 장관은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 및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 자리에서 정 장관은 대북 관여를 위한 의미있는 신뢰구축 조처로서 종전선언에 대해 설명했으며, 양국은 이 문제에 대해 계속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두 장관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각)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튿날 만나 관련 논의를 했지만 새로운 얘기도 아닌데다 북한의 반응이 나오기 전이어서 짧게 언급하고 넘어갔다고 전해진다. 당시 블링컨 장관은 한국 쪽 의견을 알겠으니 검토해보겠다면서 “적극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았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오이시디 개막식 뒤 잠시 짬을 내어 만난 자리에서 정 장관이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최고인민회의 14기 5차(9·29) 시정연설과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의 담화 및 남북 직통연락선 복원 등 북쪽의 움직임을 전하며 재차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설득했으리라 예상된다. 블링컨 장관의 반응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최근 정 장관이 제기해온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에 대한 미국 쪽 입장을 전했을 수 있다. 이번 약식 회담에는 고윤주 외교부 북미국장과 임갑수 평화외교기획단장이 배석했다.
정 장관은 이날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교장관, 크로아티아 고르단 그를리치 라드만 크로아티아 외교장관과도 잇따라 만나 양국 관계, 코로나19 및 기후변화대응,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정 장관은 또 이날 프랑스 파리 오이시디 본부에서 개막한 2차 각료이사회(MCM) 부의장국 수석대표로, 의장국 수석대표인 블링컨 장관, 룩셈부르크 재무장관(부의장국)과 함께 개회 발언을 했다. 외교부는 정 장관이 △코로나19 위기 하에서의 포용적 회복 △불평등이 확대되는 상황 속 지속가능한 개발의 중요성 △기후변화에 대한 기민한 국제적 공조 대응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백신 기여와 공적원조 확대 계획,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책적 노력 등을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오이시디 각료이사회는 38개 회원국 각료가 참석하는 오이시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통상 한 해에 한 번 열리지만 올해는 신임 사무총장 취임 등 목적으로 지난 5월31일~6월1일에 이어 두 번 열렸다. 올해는 오이시디가 창설한 지 60돌을 맞는 해로 7일 종료되는 회의에서는 오이시디의 향후 중점 업무와 대외관계 방향 등을 담은 ‘비전선언문’과 ‘대외관계 전략 보고서’가 채택될 예정이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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