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3국 외교장관 회의를 열었다. 외교부 제공
한국과 미국, 일본 외교장관이 22일(현지시각) 모여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23일 밝혔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에서 50분가량 회담을 했다. 3국 외교장관 회의는 5월 런던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계기에 열린 뒤 4개월 만이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내어 “(3국 장관이)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북한·북핵 문제 관련 그간 3국이 긴밀히 소통해 온 점을 평가했다”며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구체적 언급은 없었지만 최근 북한이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쏜 데 대한 의견을 나누고, 전날 유엔 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거듭 제안한 ‘종전선언’ 논의 등이 이뤄졌다고 한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측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과정에서 종전선언이 중요한 모멘텀으로 역할할 수 있다는 점을 미·일 양측에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서 미국 측은 우리 측의 설명을 경청”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세 장관이 아프간과 미얀마 상황에 대한 의견 교환뿐 아니라 기후변화와 보건 등 글로벌 현안 대응에 있어서도 3국간 협력 방안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3자 회의에 이어 열린 정 장관과 블링컨 장관 간 양자회담에서도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대화의 시급성에 공감하였으며, 창의적이고 다양한 대북 관여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20여분간 이어진 양자 회담에서는 앞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가 협의해온 대북 인도지원 및 종전선언 문제를 포함한 신뢰 구축 조처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 대변인은 “창의적이고 다양한 대북 관여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뒤 남북이 합의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거듭 제안해온 종전선언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한 바 없어, 이날 블링컨 장관의 반응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앞선 한-미 간 협의 과정에서 미국 쪽이 종전선언과 관련해 “부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입장 표명은 없었다”거나 “핵심은 북한의 반응”이라고 한 정부 고위당국자의 말을 볼 때, 미국 쪽도 북한의 호응 여부에 따라 종전선언을 고려해볼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정 장관은 23일(현지시각) 뉴욕에서 모테기 외무상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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