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덕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23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9일 방미 길에 올랐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서울에서 협의한 지 일주일 만이어서 눈길을 끈다.
노 본부장은 8월 29일~9월 1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 국무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를 비롯해 의회와 학계 등 미국 조야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지난 21~24일 서울을 방문했던 김 대표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외교부는 김 대표 방한 당시 양국 간 협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미는 지난 23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대북 인도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면서 보건 및 감염병 방역, 식수 및 위생 등을 지원 가능한 분야로 협의했다. 또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NGO)들을 통한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가 여러 수준의 다양한 방안을 미측에 제안했다”며 “그것들을 조율해 실제 필요할 때 실행할 수 있는 단계까지 만들어 놓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이번 방문의 목적을 설명했다.
이는 지난 2019년 초 북한에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제공이 무산된 전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전에 미 조야를 충분히 설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시 이 건은 한-미 워킹그룹에서 협의가 완료됐으나 미국 정부가 돌연 ‘타미플루를 싣고 갈 화물트럭이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고 제동을 걸며 시간이 지체돼 불발했다. 대북 인도 지원 사업의 경우 제재 면제를 받을 수 있지만 여전히 구체적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남은 것이다.
이번 방문의 또다른 의도는 북한이 반발해온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끝난 뒤에도 미국 쪽과 긴밀히 협의하는 모습을 통해 민감한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노 본부장의) 이번 방미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한 한-미 양국의 심도 있는 협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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