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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아이들과 가족 살리기 위해…한국 대사관에 구해달라 했다”

등록 2021-08-25 18:57수정 2021-08-25 20:33

‘한국 협조’ 아프간인 3명 입국 인터뷰
한국 정부·국민들에 연신 “감사하다”면서도
현지 가족과 불안한 미래에 얼굴엔 수심 가득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24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으로 이동한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외교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24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으로 이동한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외교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감사합니다. 우리는 안심했습니다. 최근 안보 환경 변화로 인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가 우리를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난시켜주었습니다.”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지난 24일 아프간의 카불 공항을 빠져나와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한 40대로 보이는 아프간 남성은 긴장한 듯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미국이 철수 계획을 밝힌 뒤 8월로 들어서며 “(아프간 내) 상황이 점점 나빠졌다”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카불에 있는 한국대사관을 통해 우리를 피난시켜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며 현지의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외교부는 이날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아프간인 3명과 대화 내용을 25일 오후 기자단에 제공했다.

그가 조국을 등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탈레반의 위협 때문이었다. 이 남성은 “탈레반은 외국 기관이나 정부와 함께 일한 이들을 잘 대해주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가 너무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피난을 시켜줘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8월부터 한국의 현지 사업에 도움을 준 아프간인들과 그 가족을 피난시켜야 한다고 판단한 뒤 이메일 등을 통해 밀접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2013년부터 2년 4개월 한국 대사관에서 일했다는 여성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가족과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결심해야 했다. 대사관으로 가 나와 가족들의 목숨을 구해 달라고 했다”며 “(탈출 계획은) 한달 전부터 시작됐고, 1주일 전에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우리는 매일 이메일로 상황을 업데이트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여권이 없는 이들을 위해선 사진 등을 이메일로 받아 한국 입국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여행 증명서’를 준비했다.

하지만, 카불 공항까지 이동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남성은 “아침에 공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탈레반이 차를 멈춰 세우며 공항에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며 “다른 차를 잡아탄 뒤 나머지 거리는 도보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여성은 “우리는 좁은 길로 이동해서 다행히 탈레반을 만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은 2001년 10월 아프간 전쟁이 시작되자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아프간 재건을 지원하기 위한 의료부대인 ‘동의부대’(파병기간·2002~2007년)와 공병부대인 ‘다산부대’(2003~2007년)를 파견했다. 하지만, 2007년 7월 한국인 23명이 탈레반에 인질로 잡혔다가 2명이 살해된 이른바 ‘샘물교회 사건’이 터지자 그해 말 군 부대를 철수시키고 2010년부터 2015년 무렵까지 지방재건팀을 파견해 현지에서 병원과 직업훈련원을 운영해왔다. 40대로 보이는 남성은 “한국 정부가 병원과 직업훈련원을 만들어 많은 아프간인들이 도움을 받았고 그 기술을 이용해 지금도 생활하고 있다”며 “한국인들과 한국 정부에 감사한다”고 거듭 말했다. 하지만 “나와 가까운 가족은 아프간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어머니와 다른 가족들은 아직 현지에 남아 있다”며 끝내 불안한 표정을 지우진 못했다. 30대로 보이는 또다른 남성은 “2년 동안 한국인들과 일했는데 매우 친절하고 좋은 이들이었다. 그들 모두와 한국 정부에게 매우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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