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의 활동을 도왔던 현지인 직원과 가족 391명을 국내로 이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게 된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우리 정부는 그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 그리고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380여 명의 국내이송을 추진해왔다”며 “우리 군 수송기를 이용해 내일 중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차관은 “이들은 수년간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 KOICA(한국국제협력단),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에서 근무”한 이들이라고 덧붙였다. 26일 도착하는 이들은 난민 지위가 아닌 한국 정부에 조력한 ‘특별공로자’의 신분으로 국내에 입국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아프간 상황이 악화되면서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에 자신들의 신변 안전 문제를 호소하며 한국행 지원을 요청해왔다. 최 차관은 “함께 일한 동료들이 처한 심각한 상황에 대한 도의적 책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 인권 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 그리고 유사한 입장에 처한 아프간인들을 다른 나라들도 대거 국내 이송한다는 점 등을 감안해 8월 이들의 국내수용 방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안전한 ‘탈출’을 지원하기 위해 카타르로 철수했던 대사관 직원 4명이 22일 카불 공항으로 다시 돌아가 이들의 집결과 카불 공항 진입을 준비했다. 이들을 한국으로 이송해올 군 수송기는 23일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뒤 이튿날부터 카불과 이슬라마바드를 왕복하면서 아프간인들을 이송했다. 이들에 앞서 카불 공항 진입에 성공한 일부 아프간인들은 전날 이슬라마바드로 이동해 대기 중이다.

애초 정부가 한국행을 지원하기로 했던 아프간인은 427명이었는데, 36명은 개인 사정으로 아프간에 남거나 제3국행을 택했다. 외신에 전해지는 바로는 탈레반은 현재 카불 시내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해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한편, 탈출하려는 아프간인이 몰리면서 카불 공항 진입 자체가 어려운 상태다. 이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등도 자국민과 현지인 조력자를 철수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로 이송된 아프간인 직원 및 가족들은 공항 도착 즉시 방역절차를 거쳐 보안과 방역 측면에서 적합한 임시숙소와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임시숙소로 이동하게 된다.

정부는 2001년 9·11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아프간을 침공한 뒤, 당시 미국 정부의 지원 요청을 받아 비전투부대를 파병한 바 있다. 군부대는 2007년 12월 철수했지만, 이후로도 국제사회와 함께 아프간 재건 사업을 이어왔다. 이번에 입국하는 이들은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함께 일했던 아프간인과 그 가족들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