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왼쪽)과 러시아의 북핵 수석대표인 이고리 마르굴로프 외무차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의 북핵수석대표가 지난 21일 나란히 방한했다. 북한이 반발해온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되면서 이들이 발신할 대북 메시지가 주목된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의 첫 공식 일정은 22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 예방으로 시작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한남동 공관에서 김 대표를 접근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조기에 재가동하는 방안에 관해 협의했다.
김 대표는 23일 오전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한다. 양국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와 북한과 대화 재개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6일 시작한 한-미 연합훈련인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과 관련해 훈련의 방어적 성격을 강조하며 대북 적대 의도가 없음을 거듭 확인할 전망이다. 앞서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각) “연합훈련은 순전히 방어적 성격”이라며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를 품고 있지 않고 이를 오래 지켜왔다”고 밝혔다. 양국은 또 코로나19 방역 등 대북 인도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김 대표는 21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취재진에 “늘 그렇듯 서울에 돌아오니 좋다”며 “한국 정부 동료들과 매우 긴밀한 협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특별대표의 방한은 지난 6월에 이어 두 달 만이다. 그는 또 마르굴로프 차관을 만날 예정이라며 “매우 생산적인 방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임명된 김 대표가 러시아 쪽 대화 상대와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날 입국한 러시아 북핵 수석대표 이고리 마르굴로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차관은 24일 오전 노 본부장과 한-러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한다. 이에 앞서 23일 오후에는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와 제19차 한-러 정책협의회가 잡혀 있다. 김 특별대표와 마르굴로프 차관은 23일 오전 첫 미-러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한다.
미국과 러시아 북핵대표의 방한 기간이 맞물리면서 검토됐던 한·미·러 3자 협의는 열리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한국과 미국은 3자 협의를 할 의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러시아 판단으로 불발된 분위기다.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한 처사로, 서울에서 3국이 대북 메시지를 낼 경우 대북 압박으로 비칠 것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민감한데 주요 이해관계자인 미·러 양측과 상황 관리 및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갖고자 한다”며 “특히 이번에 러시아 대표까지 왔으니 (한반도 문제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미·러 양측과 깊이 있는 협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특별대표는 24일, 마르굴로프 차관은 26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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