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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올림픽·연합훈련…외교 현안조차 ‘지지층’만 보는 여야 대선주자들

등록 2021-08-09 16:05수정 2021-08-09 16:20

여권에선 ‘친문’ 반일정서 염두 ‘올림픽 보이콧’ 강경발언
야권 후보들은 대중·남북관계 관련 여론몰이용 의견개진
지난달 23일 도쿄 올림픽 개막식 장면. 일부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의 독도 표기 문제를 비판하며 ‘올림픽 참가 보이콧’을 주장한 바 있다.
지난달 23일 도쿄 올림픽 개막식 장면. 일부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의 독도 표기 문제를 비판하며 ‘올림픽 참가 보이콧’을 주장한 바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도쿄 올림픽 참가,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민감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다소 섣부른 감정적 발언을 쏟아내 우려를 낳고 있다. 당장 여론의 주목을 받으며 지지율을 끌어 올릴 순 있겠지만, 자칫하다간 정부의 ‘외교적 선택지’를 크게 좁혀 국익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 내 최고 ‘지일파’로 꼽히는 이낙연 전 총리는 도쿄 올림픽 참가를 둘러싸고 여론이 분분하던 지난 5월 말(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지도에 독도가 희미하게 표기된 사실을 문제 삼으며 “즉각 삭제”를 요구했다. 여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서 당연한 주장이었지만, 발언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림픽 보이콧’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대회 불참’이라는 극단적 대응까지 언급한 것이다.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출신으로 총리 시절 일본과의 협상에 직접 참여했던 이 전 총리의 발언이었기에 여론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올림픽 폐막식이 열린 8일 “올림픽 선수들 모두가 우리 마음 속 챔피언”이라며 자신의 지난 주장을 사실상 거둬들였다.

신중한 이 전 총리마저 ‘올림픽 보이콧’이라는 극단적 주장을 내놓게 된 것은 일본에 대한 강경하고 선명한 태도로 여론의 지지를 모아온 이재명 경기지사를 의식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외교안보라인에서 요직을 역임한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는 “민주당 쪽에서는 (반일 성향이 짙은) 친문(재인) 지지층의 표를 많이 의식하는 것 같다. 이들의 관심은 외교·안보 문제 그 자체보다 친문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낙연 전 총리, 이재명 지사, 정세균 전 총리 등 경륜 있는 유력 주자들이 일제히 ‘올림픽 보이콧’ 주장을 쏟아냈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지난해 내놓은 공저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에서 “우리의 역량이나 상대의 입장에 대한 고려 없이 만들어지는 공약, 그리고 일관성이 부족한 외교는 국내적으로 대립과 혼선을 불러오고 대외적으로는 국가의 신뢰 약화와 자원의 낭비로 이어진다”며 “내가 옳더라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게 국제 사화의 상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대응을 요구하며 2012년 8월 독도를 방문했다가 한-일 관계를 격랑에 빠뜨렸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임기 초 한-일 정상회담을 거부하는 등 강경한 대일 정책을 이어갔다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12·28 합의에 동의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엔 12·28 합의의 파기와 재협상을 주장했지만, 취임 후엔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났다.

야당 후보들이 선명성 경쟁을 하는 사이, 야권 주자들은 민감한 외교 현안에 대해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상대방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내놓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달 15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중 간 민감 현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중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미사일 철수 문제를 연동시켰다. 하지만, 사드는 중국의 위협과는 무관하게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탐지하고 요격하기 위한 것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한-미 연합훈련의 중지를 요구한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의 성명에 대해 “마치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에게 지시를 내리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정상회담 개최와 대선용 북풍을 기도한다는 의심을 사선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향후 남북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대통령의 책무를 수행하는데 큰 장애가 될 수 있는 도발적 발언들이었다. 이명박 정부 역시 2008년 취임 초기엔 ‘비핵·개방·3000 구상’ 등을 통해 전임 정부가 쌓아 올린 남북 관계의 성과를 부정하며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2011년 5월 북과 비밀접촉을 시도하다가 상대가 이 내용을 일방 공개하며 큰 망신을 당했다. 최 전 원장은 연합훈련을 강하게 견제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6일 발언에 대해서도 “중국이 왈가왈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한-미의 주권적 결정 사안인 연합훈련 문제를 미-중 전략 갈등의 소재로 만들려는 중국의 도발에 넘어간 모양새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주요 대선주자들도 외교 문제를 다룰 땐 국내적 요소만 고려해선 안 된다. 국가 간의 균형은 물론 제3국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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